[미디어펜=석명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6일 경질돼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실패와 대표팀 내분으로 혼란에 빠졌다. 감독을 경질했으니, 빨리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떻게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됐는지를 두고 직접 했던 말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해명한 말이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연합뉴스는 독일 매체 슈피겔에서 지난달 21일 공개했던 클린스만 감독 심층 인터뷰를 돌아봤다. 당시에는 아시안컵이 한창 진행 중인 때여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경질을 부른 논란의 하나였던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돼 주목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에도 그의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슈피겔에 따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과정이 다소 '우연적'이라고 얘기했다.

클린스만과 정몽규 회장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클린스만의 아들이 선수로 출전한 것을 계기로 서로 알고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경기장을 찾았던 정 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멤버로 일하던 클린스만이 만났다는 것. 당시 한국은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패하며 탈락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였다.

이 때 클린스만은 정 회장에서 "(한국대표팀)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클린스만은 이 말을 농담조로 했지만 정 회장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다음날 다시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했고, 클린스만은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다. 관심이 있다면 연락 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 주 후 실제로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왔으며, 결국 클린스만은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아시안컵 후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고 경질 요구 목소리가 높아질 때 일각에서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정 회장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임원회의를 거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할 당시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오해'가 있다며 해명을 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강조하며 "(감독 후보)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더팩트 제공


물론 정 회장의 해명처럼 감독 선임 과정 자체는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진행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협회장과 감독 후보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공식적인 선임 작업이 시작되기 전 만나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잘못된 만남'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들이 감독 발표 30분 전에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통보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정몽규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클린스만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는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주장하며 지난 13일 정 회장을 강요와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으나 그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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