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부정수급 사례 486건 적발…113억2500여 만원 규모
일부 노무법인, 특정병원 소개 후 과도한 수임료 수수…수사 의뢰
고용부·근로복지공단, 구조적 문제 관련 제도 개선 추진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산업보험 부정수급액 약 113억 원과 업무집행 과정에서 위법한 노무법인 등을 적발해 수사 의뢰, 환수 등 처단에 나섰다. 이와 함께 산재보험 운영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 시행한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20일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와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재보험 부정수급 등 보험운영 관리 미흡에 대한 지적이 나옴에 따라 고용부는 같은 해 11~12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와 지난달 18~29일 노무법인 점검을 각각 실시했다. 

감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883건을 조사한 결과, 이 중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부정수급액은 약 113억2500만 원이다.

산재 신청자 중에서는 60대 이상 고령층 재해자가 전체 9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재 신청 건수는 지난 2017년(2239건) 대비 6.4배(1만4273건) 증가했으며, 보상급여액도 347억 원에서 1818억 원으로 5.2배 늘었다.

특히 이번 노무법인 점검에서는 사무장이 산재 브로커 노릇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적발됐다. 

일례로 재해자 A 씨의 소음성 난청 진단은 노무법인이 선택한 병원에서 받았는데, 해당 병원은 노무법인이 거래하는 병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병원 방문 시 노무법인 차량으로 이동했으며, 진단 및 검사비는 노무법인에서 모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소음성 난청 승인으로 공단에서 약 4800만 원을 지급 받아 수임료로 1500만 원(30%)을 노무법인 계좌로 입금했다. 일부 노무법인은 이 같은 영업행위를 통해 기업형으로 연 100여 건의 사건을 수임해 환자가 받을 산재보상금의 최대 30%까지 지급 받았다.

산재 관련 상담과 신청 등 업무를 변호사나 노무사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권한이 없는 사무장이 해당 사무실 이름을 빌려 수행한 사례도 밝혀졌다. 재해자 B 씨는 산재 상담과 신청 등 업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나 노무사를 만난 적 없이 산재 신청 등을 사무장에게 일임하고, 산재보상 후 수임료 1700만 원도 사무장에게 지급했다.

고용부는 파악한 위법 정황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배액징수와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이며,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900여 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산재보험을 좀먹는 부조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구조적 문제에도 강력히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우선 추정의 원칙 관련 위임근거를 정비하고 일명 나이롱환자에 대해서는 표준요양기간 등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며, 방만한 병원 운영 등 혁신이 부족한 공단은 조직진단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근로복지공단도 부정수급 근절을 위해 이사장이 직접 단장을 맡고 7개 권역별 지역본부장이 팀장을 맡는 '부정수급 근절 특별 TF'를 구성해 무기한 가동할 방침이다.

해당 TF에서는 부정수급 사례가 많은 유형을 상병별, 지역별, 업종별로 분석·추출해 기획조사하고 검찰, 고용부 등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불법 브로커 및 사무장 병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부정수급 신고 활성화를 위해 공단 대표전화를 통한 신고와 함께 지역본부별로 신고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포상금 제도와 부정수급 적발 사례에 대한 홍보도 실시한다.

형사고발 대상 확대 등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 및 배액 징수 등 불법·부당 수급액에 대한 환수도 강화하며, 매월 이행성과를 점검하고 분기별로 추진실적과 주요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부의 '산재보험 제도개선 TF'와 연계한 '산재보험 운영 개선 TF'를 발족해 산재보험 운영상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객관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장인 이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 전문가로 위원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사항들에 대해 수사기관과 적극 협조해 산재 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 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며 "산재보험 본연 목적에 부합하게 근로자들이 충분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 및 직장복귀를 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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