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추세 역행하는 높은 법인세율…묵묵부답 국회
기업 경쟁력 강화 위해 OECD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나라 법인세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재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9일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6.5%로 전 세계 141개국 중 4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프랑스(25.8%), 중국(25%), 이스라엘(23%), 홍콩(16.5%) 등 주요 선진국은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우리나라 법인세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재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법인세 완화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대체로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로, 법인세만 놓고 보면 한국의 경쟁력이 높지 않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완화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태다. 

지난 26일 국내 증권 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 운영 방안’에도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은 발표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증권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높은 세 부담이 꼽히고 있음에도, 핵심을 빗겨간 정책만 발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인세 감면의 좌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6월 취임 후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같은 해 12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1% 포인트씩 인하하는 것에 그쳐야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취임 첫해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려놨다. 당시 글로벌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강력하게 제기됐지만, 법인세 인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후 취임한 윤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라고 보고, 법인세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높은 법인세율이 불러오는 부작용은 명확하다는 게 재계의 오래된 지적이다. 높은 법인세 부담률이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고, 재정 수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법인세 부담률은 OECD 36개국 중 3번째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주요 선진국(G7)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여기에다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의 안정적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기업실적에 따라 세수 변동성이 큰 법인세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재정 확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주요국들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늘리는 추세에 맞춰,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책이 차질없이 처리돼야 하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OECD 평균 수준까지는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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