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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회 경제부장/부국장 |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금융권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경기둔화와 고금리 장기화에 취약차주들이 코너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월말 대비 0.08% 하락했고 신규연체 발생액은 전월 대비 5000억원 줄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 대비 0.11%포인트(p) 하락했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월 대비 0.04p 하락했다.
하지만 기업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48%로 대기업 대출 연체율 0.12%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또 전년과 비교해서는 연체율이 0.16%p 높아졌다.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들이 경기둔화와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회수를 포기한 대출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 그룹이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사실상 포기한 대출 채권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9660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의 1조3212억원에 비해 48.8%가 늘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도 심각하다. 시중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소호대출을 줄이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저 신용의 사업자들이 포용금융 일환으로 대출 문턱을 낮춘 인터넷은행으로 몰리면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4분기 기준 0.37%에서 지난해 3분기 1.86%로,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0.06%에서 0.47%로 높아졌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0.35%에 달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04조936억원으로 전년말에 비해 10조9347억원 감소했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데다 경기부진으로 인한 부실 위험을 줄이려고 대출을 의도적으로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전국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6.15%에 달했다. 전년 말의 3.41%에 비해 2.74%p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5.40%로 2.57%p 상승했고 기업대출 연체율도 7.09%로 4.26%p 높아졌다.
역대급 실적을 올린 보험사들도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화생명 연체율은 2022년말 0.24%에서 지난해 말 0.47%로 0.235p 상승했고, 삼성생명 연체율은 0.115에서 0.23%로 0.12%p 올랐다. 삼성화재 연체율도 0.11%에서 0.13%로 0.01%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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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둔화와 고금리 장기화에 금융권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사진=김상문 기자 |
지난해 한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뱅크런 사태까지 발생했던 새마을금고는 이후 신규 대출을 축소하면서 건전성을 높여 왔지만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전국 1290여개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6%대 중반이다. 지난해 말 5%대 중반에서 불과 1개월만에 1%p 넘게 급등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취약 차주에 대한 조기 신용평가, 고위험 차주 선별, 부실기업 대출에 대한 조속한 정리,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 등 필요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취약차주들이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연체율을 쉽게 회복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6일부터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깐깐하게 따지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되면서 소득수준에 따라 수천만원 이상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추가대출 등이 어려워진 것이다.
또 번 돈으로 은행 이자조차 못 갚는 이른바 한계 중소기업이 증가세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계 중소기업 비중은 지난해 17.2%에서 올해 20.1%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올해 만기도래 규모는 204조원에 달하고, 그중 40%가 4~7월에 몰려 있다.
최근 정부가 76조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중소·중견 기업들에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한 점은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이것만 갖고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기업들의 체질 강화와 함께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야한다. 아울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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