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홈플러스 매각이 ‘먹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홈플러스로부터 1조원대 배당을 받는 것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에 앞서 1조3000억원의 배당을 실행하는 방안을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인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가진 주주로서 1조3000억원의 배당을 받아가는 대신, 그만큼 줄어든 홈플러스의 가치만큼 인수 대금도 깎아주겠다는 제안이다. 3개 후보 모두 입찰에서 7조원대 내외를 써낸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 배당이 실행되면 매각 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인수·합병(M&A) 등에 경험이 많은 재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배당을 이익 환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은 일반적"이라며 "테스코로서는 자신이 취할 이익 규모에는 변화가 없고, 인수자들로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덜어지는 셈이니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딜(거래) 형태"라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법률상 배당 조건도 갖췄다.
상법 제462조에 따르면 이익배당 한도는 순자산(자산-부채)에서 자본액·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등을 뺀 금액인데, 2014년 기준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자본금을 초과한 순자산)이 1조568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1조3000억원대의 배당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현금으로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데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이익잉여금을 물류센터 건립, 신규 점포 개장 등에 대부분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에, 작년말 같은 시점에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따지면 264억원에 불과하다.
배당은 상법상 현금성 자산으로만 가능하므로, 당장 매각에 앞서 테스코에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배당을 실행하려면 대부분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수밖에 없다.
또 이처럼 차입 규모가 커지면, 매각 후 구조조정이나 고용 불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김국현 홈플러스 노조 선전국장은 "지금도 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 인상 등을 거부하고 있는데, 1조가 넘는 차입금 부담까지 더해지면 고용 조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국장은 "더구나 현재로서는 사모펀드가 새 주인이 될 텐데, 투자이익 환수가 최우선인 사모펀드로서는 대규모 차입금을 빌미로 구조조정이나 분할 매각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