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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해 윤석열정부가 30년만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 계획을 밝힌 이후 최근까지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1989년 노태우정부가 제시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1994년 김영삼정부에서 다듬어서 공식화한 것이 지금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이후 30년간 계승해온 것인데, 이를 바꿀 때 국민적 합의와 여야의 일치된 지지가 없다면 반쪽짜리로 전락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3.1절을 기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대한 수정이 가시화됐다.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통일 문제를 강조했고, 대통령실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에 착수하겠다고 알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인 자유와 인권이란 보편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통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기존 통일방안엔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호 통일장관은 4일 한 방송인터뷰에서 새 통일방안에 ‘북한인권 증진’ ‘완전한 비핵화’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직까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어떻게 수정될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 질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야권의 반대 등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는 통일방안은 말 그대로 통일의 방법으로 ‘과정’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측이 밝힌 ‘자유민주’ ‘북한인권 증진’ ‘완전한 비핵화’는 오히려 통일의 ‘결말’에 해당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고, 향후 통일 한반도의 통치체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통일방안은 70년간 분단된 남북 모두가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상대는 사회주의 독재국가인 북한이다. 그런데도 만약 협의 자체에 걸림돌이 되는 키워드를 통일방안에 포함하려 한다면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화해·협력 단계’ ‘남북연합 단계’ ‘통일국가 완성’의 3단계로 구성돼있다. 먼저 남과 북이 체제가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화해하고, 협력관계를 성숙시켜 연합 시기를 거쳐서 통일하자는 것이다. 노태우정부 때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당시 야권의 대표지도자였던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총재와 논의를 거쳤고, 국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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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월 24~29일까지 전국농업근로자연맹 일꾼들과 초급선전일꾼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24.3.1./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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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통일부는 윤석열정부의 통일방안 수정 계획을 언급하면서 오랫동안 ‘민족’을 내세운 통일담론에 한계가 있고, 한반도 주변정세도 많이 변했으니 새로운 모색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기 기술 수준이 상당히 발전한데다 북한인권 문제를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을 지경인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관계의 2국가’로 규정했으니 ‘민족’만 내세우는 통일방안이 무력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난히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고, 북한이 러시아와 30년만에 밀착하면서 ‘신냉전 외교’를 펴고 있는 지금이 과연 남한에서 새로운 통일담론을 제시할 적기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내부적으로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 사이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견해차가 큰데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서 고착화돼있어 새 통일방안이 제시될 때 초당적 지지는커녕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통일방안은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 정권에서 나온 통일담론의 키워드도 ‘민족’ ‘공동번영’ ‘평화’ 등을 내세운 경우가 많았다.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란 당위성, 평화질서 구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 경제이익을 앞세운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내부에서 명분과 동력을 얻고,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벌써부터 윤석열정부가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대폭적으로 수정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문제이다. 물론 정치권의 예상일 뿐이지만 심지어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통일방안을 논의할 동력조차 상실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면 정부가 띄운 새 통일담론 구상이 결과도 내지 못하고 좌초하면서 국민의 통일에 대한 관심도마저 더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30년동안 유지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하겠다고 나선다면, 비록 정해진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회비준까지 염두에 둔 발전적인 방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일 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므로 윤석열정부의 성과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현정부의 지향점만 우겨서 담을 것이라면 차라리 수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 자칫 다음정부에서 또다시 뒤집을 구실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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