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양광 시장 고속 성장…한국은 침체 일로
中 저가 패널, 세계 시장 지배…국내 생태계도 침투
'전·현 정부 정책실패' 목소리 높아…"전략산업으로 키워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산업이 대내외적인 영향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어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과 시장 축소로 경쟁력을 잃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세계는 태양광 확산 추세…한국은 주춤

글로벌 태양광 발전소 보급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1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누적 400GW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510GW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기인한다. 중국은 2022년 106GW였던 태양광 설치량이 불과 1년 뒤인 지난해 240GW로 폭증했다. 미국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이 맞물려 가정용 태양광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년 대비 32% 증가한 33GW가 설치됐다.

   
▲ 한화큐셀 진천공장 주차장(왼쪽)과 장교동 한화빌딩(오른쪽)에 설치된 대표적 분산에너지 자원인 태양광 발전소./사진=한화큐셀 제공


두 권역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의 태양광 수요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차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증가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일부 국가도 미래 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내년 510GW, 2027년 600GW, 2030년 730GW 등으로 계솔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이 침체된 상태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5∼3GW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보급될 만한 메리트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 막강한 중국산 저가 공세…손 놓고 있는 정부 

국내 태양광 발전 성장세가 꺾인 것은 우선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이 유입된 탓이 크다.

중국은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 산업을 키웠고, 현재 세계 태양광 점유율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태양광 패널 비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2022년 kg당 39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kg당 8.7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올해 초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 가격은 1장당 0.32달러로, 지난해 고점 1.31달러 대비 75.6% 하락했다. 비슷한 기간 동안 모듈 가격도 50% 가까이 급락했다. 한국 업체들이 도저히 가격 경쟁을 펼칠 수 없는 수준에 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의 정책 약화도 한 몫 하고 있다. 2020년 5.5GW로 정점을 찍은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등으로 향후 2∼2.5GW 내에서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난해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 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다양한 태양광 모듈이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자력에 다시 힘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유지 수준으로 두는 정책 목표를 실행 중이어서 태양광 시장도 확장되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새만금에 설치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중국 제품이 무분별하게 공급되는 등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대비책 없이 문호를 너무 쉽게 열어준 것이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의 근본 문제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 한국판 IRA 필요…미래 전략 산업으로 보호해야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핵심이자 미래 에너지 산업인 만큼 정부가 당장 앞만 보기보다는 먼 미래를 보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양광 발전 국내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중소·중견 규모의 태양광 모듈, 인버터, 구조물 제조기업들까지 사업을 철수하게 돼 태양광 발전 기초가 무너지게 된다. 현재도 이 같은 현상은 진행 중이며, 사실상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인 한화큐셀만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제외하면 시장은 침체된 상태다.

한국판 IRA의 묘수를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태양광을 설치한 사업자에게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 보조금이 나오지만 제조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는 없다. 국내 태양광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려면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각국이 미래 전략 산업의 하나로 키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의 저가 침투를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곧 앞으로 다가올 탄소중립 프로세스 대응, 미래 에너지 안보 보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태양광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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