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중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성장률 둔화의 장기화,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증시 폭락세가 진정되지 않고 경착륙 우려마저 불거지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률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타난다면 그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점차 낮아지고 증시 폭락이나 경기 둔화에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신뢰 역시 크게 약화하고 있다.
과거 두자릿수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6~7% 성장률로 세계 최고 수준, 외환보유액도 3조70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아시아 경제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신용등급이 중장기적으로 위험에 직면했다면서 성장률 둔화와 재정 여건 및 정부 부채의 악화로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확률은 30%에 이른다고 평가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 피치는 중국의 신용등급을 각각 Aa3, AA-, A+로 평가하고 있다. 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이다. 피치는 S&P와 무디스보다 한 단계 낮게 등급을 평가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세가 계속되고 중국 정부가 민간 부문의 부채를 떠안으면 재정 여건은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 "현재 경기 둔화 국면이 더 악화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정부의 재정 여건이 빠른 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6%로 제시했으며 2016년에는 5.9%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의 '근본(underlying)' 성장률은 상반기에 이미 3~4% 수준으로 약화했다는 것이 이 연구기관의 평가다.
주요 신평사 가운데 중국에 대해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피치의 앤드류 콜퀴훈 아태담당 이사는 중국의 'A+' 신용등급은 최근 중국을 둘러싼 불안으로 인해 나타난 압박을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압박이 중국의 중기 국가신용등급 전망에 대한 재평가로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콜퀴훈 이사는 피치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6.8%, 내년에 대해서는 6.5%로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9월 세계 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내년 전망치가 낮아질 수 있다면서 6~6.5%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경제 전반에 쌓인 부채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중기적으로 성장률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7% 성장률을 회복할 수 없고, 앞으로 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0년 무디스와 S&P가 모두 중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으나 피치는 2007년 상향 조정이 마지막이었다.
피치는 대신에 2013년 4월 중국의 장기 자국채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부채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정부와 은행, 기업, 가계를 포함한 중국의 총부채는 지난해 2분기말 국내총생산(GDP)의 28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는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단기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시장의 비관론이 과도하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급속도로 쌓은 부채로 인해 나타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장기화됐을 때 발생할 여파가 아시아나 전 세계적으로 신용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피치는 진단했다.
무디스는 피치에 앞서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28일 글로벌 경제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8%로 유지했지만 내년치는 당초 6.5%에서 6.3%로 낮췄다.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둔화를 꼽으면서 이는 은행시스템의 자본 완충장치와 재정 여건에 부정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정적 경제전망에도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리우 리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신용등급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경착륙 확률은 25% 수준으로 평가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30%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경착륙으로 평가한다.
ANZ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6.8%로 예상했고, 내년에는 6.4%로 떨어지고 2017년에는 6.0%까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