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안전장치 마련…증권사 기준 마련 공감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이하 랩)·신탁 돌려막기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랩과 신탁의 만기 미스매치 운용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랩과 신탁 투자금에 대한 환매 대금 마련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이하 랩)·신탁 돌려막기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 관련 제도개선 방안 후속조치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대해 29일까지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랩·신탁을 통해 만기 미스매치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고객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는 상당수 증권사가 별도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갖추지 않은 채 만기 미스매치 운용해온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또 신탁·랩 계약을 체결하는 금융투자업자는 리스크 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토록 하고 있다. 해당 기준에는 고객으로부터 동의받은 만기를 준수해 투자하고, 금리 등 시장상황 변동이 있는 경우 신탁·랩 계약기간보다 만기가 긴 금융투자상품을 교체하는 등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신탁업 관련 투자자 보호 규율 역시 손봤다. 그동안 신탁은 일대일 계약이라는 특성 때문에 신탁보수에 대한 비교나 공시 등 규율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개정안은 투자 상품 성격이 강한 상품성 신탁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신탁보수 수취 방법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는 동시에 평균 보수율도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랩·신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나선 건 2022년 하반기 발생한 랩·신탁 관련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당시 기업 등 고객들이 증권사 랩·신탁에 자금을 맡겼다 손실을 보거나 환매가 거부되는 사례가 알려졌고, 금감원은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증권사들의 채권 거래 관행이 밝혀졌다. 랩·신탁 계좌는 대표적 단기 상품이지만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자 고객의 단기 자금으로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해 운용하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사용했다. 

금리가 낮을 당시에야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금리 상승에 환매 요청이 늘면서 문제가 야기됐다. 현금화가 어려운 장기채의 문제 등으로 증권사들이 환매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투자금 돌려막기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랩·신탁 기준 마련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 문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건 증권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내부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29일까지 입법예고된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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