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31일 사실상 '빈손'으로 활동을 마치게 됐다. 여야가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할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 선거구획정기준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정개특위는 이날부로 활동 시한이 도래하고도 국회법 규정에 따라 해산될 위기는 겨우 면하게 됐지만 더 이상 특위 차원에서 진전된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달까지도 국회의 선거구 획정기준 마련이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제출 법정시한(10월13일) 안에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겸 소위원장을 맡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야당 간사를 맡은 김태년 새민련 의원(오른쪽)./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31일 오후 회동을 하고 최대 쟁점인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 비율 문제에 대한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정개특위 선거법 심사소위 개최는 무산됐다.

여야는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한다는 대원칙에만 의견을 같이할 뿐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 모든 쟁점에 있어서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편차를 조정하면 지역구 의원 수를 현행 246명에서 늘릴 수밖에 없어 그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이자는 입장이지만 새민련은 비례대표 축소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게다가 여당 농어촌 의원들이 헌법 제123조 2항 등을 근거로 먼저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가운데 야당에서도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정수 300명이 고정되는 한 비례대표를 과감히 축소하고 지역구 의석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며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합의점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무성 여당 대표는 최근 "(정개특위에서) 타결되지 않으면 결국 당 지도부들이 만나서 일괄 타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문재인 야당 대표도 양당 대표가 선거구획정안 문제를 직접 논의하자는 김 대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문 대표는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대표간 대화의 조건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까지 협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선 부정적이기 때문에 여야 대표간 일괄타결 역시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비례대표를 늘릴지 줄일지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정리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없게 돼 버렸다"며 "선거구획정과 선거제도 논의를 분리해서 하려던 계획도 어그러져서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개특위는 당초 본회의에서 의결된 활동기한이 이날로 끝났지만 당분간 명맥은 유지하게 됐다.

현행 국회법 44조 3항은 국회 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종료 시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체계·자구 심사를 의뢰해 법안이 심의 중인 경우 해당 건의 본회의 의결 때까지 특위를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일 정개특위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아직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최근 여야는 선거제도에 대해 계속 논의하기 위해 11월 말까지 정개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야 갈등으로 본회의가 무산될 경우 정개특위 활동연장안은 처리되지 못하게 된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정개특위 활동기한이 자동연장됐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빠른 시간 내에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활동기한 연장 안건이 의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