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액 19조원 넘기며 연내 최고치까지 치솟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5개월 만에 19조원을 넘어서며 올해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 코스피 지수가 2700선 돌파 및 안착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금리 ‘3회 인하’ 방침을 유지하면서 국내외 증시 상승세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빚까지 내서 투자에 임하는 이른바 ‘빚투’ 추세도 함께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5개월 만에 19조원을 넘어서며 올해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위 ‘빚투’가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2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빚을 내서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의미한다. 이는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일 뿐 아니라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이다. 올해 초 17조5370억원 수준에서 시작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아 1조원 넘게 늘어난 모습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의 빚투 추세가 더 뚜렷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연초 9조200억원이었던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9일 10조3798억원으로 무려 15.1%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선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7% 증가에 그쳤다.

이와 같은 경향은 국내증시 상승 모멘텀이 코스닥보다는 코스피에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이슈가 주로 코스피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세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인 보험‧증권‧금융 등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가파르게 상승한 모습이다.

간밤 미 연준의 결정으로 이와 같은 패턴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은 이번에 개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5.50%에서 동결하면서도 ‘연내 기준금리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하며 시장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리 전망 상향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연착륙을 위한 연내 2회 가량이 인하 의지는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면서 “오히려 향후 경기가 좀처럼 둔화되지 않을 시 연내 인하 횟수보다 내년 인하 전망(3.9%)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이번 FOMC를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스탠스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조금 더 랠리를 펼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마련된 셈이다. FOMC 결과가 나온 이후 미 증시 3대 지수인 다우‧S&P500‧나스닥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결국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심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빚투 역시 조금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빚투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조금씩 정치 테마주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현혹될 만한 장세 흐름이 연출되기도 한다”면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국내 증시 전체 차원의 리스크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투자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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