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농협은행 27, 28일 이사회서 자율배상 논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은행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에 대한 자율배상안을 내놓는다. 우리은행의 선제적 결정으로 ELS를 판매한 은행들도 자율배상안 논의에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지만, 실제 배상안을 내놓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서 홍콩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이 내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총 배상액 규모는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배상 비율을 50%대로 가정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12일 처음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약 43억원 규모의 ELS 고객들을 시작으로 개별적인 배상 비율을 확정해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배상결정에 나선 것은 ELS 판매액이 413억원으로 조 단위로 상품을 판매한 다른 은행에 비해 배상 부담이 적은 데다가 선제적 배상에 나설 경우 제재를 감경해주겠다는 당국의 인센티브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자율배상에 따른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에 대해서도 1차적 법률 검토를 마치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선제적 배상 결정에 타 은행들도 배상안 논의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ELS 재율배상에 대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고 밝혔고, 농협은행도 28일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이달 내 임시 이사회를 열어 관련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전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었지만, 자율 배상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중으로 향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속히 보상 절차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배상안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손실 확정된 상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은행에 비해 조 단위로 판매한 은행에선 손실에 따른 배상 및 배상에 따른 실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배상규모가 큰 만큼 이사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ELS 배상절차와 제도개선 절차와 관련해 “금융지주와 은행은 여러가지 법률·재무적 이슈들을 이사회 주총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법적 검토를 통해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제재절차와 제도개선 방안을 4~5월 중부터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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