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그 대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회사 측에 완패했다.
3차 '조카의 난'까지 무위에 그치면서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추후 경영권 도전 명분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호석유화학은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불황을 뚫기 위한 미래 포트폴리오 구성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
|
|
▲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스에서 열린 금호석화 주총에서 박 전 상무의 위임을 받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사진=금호석화 제공 |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스에서 열린 금호석화 주총에서 박 전 상무의 위임을 받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주총에서 △제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 △사내외이사 선임 △임원 보수한도 등 총 8가지 안건을 의결했다.
그 중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인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김경호 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건 등이 모두 통과되지 못됐다.
박 전 상무 측 주장의 핵심은 주사주 소각이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 18.4%를 전량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재계는 박 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나는 경우의 수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는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금호석화는 2021년 말 OCI와 자사주를 상호 교환했다. 2022년 초 박 전 상무는 이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계에서는 지난 2021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경영권 도전에 나섰던 박 전 상무는 이번에도 패배하며 도전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21년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 배당 및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주주제안을 내며 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그 후 표 대결에서 패배하며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임됐다.
2022년에도 배당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했지만 또 다시 패배했다.
이번 주총 결과는 어느정도 예측이 되는 상황이었다. 박 전 상무가 주주 권익 신장을 이유로 들며 주주제안을 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가 반대 의견을 냈고, 국민연금도 반대 입장을 비췄기 때문이다.
3차 조카의 난도 실패하면서 박 전 상무는 당분간 경영권 도전을 다시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을 보인다. 개인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회사 발전과 사회적 이목을 고려했을 때 마땅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악화된 대외환경 속 경쟁력 향상과 생존 경쟁을 펼치기도 모자른 시점에 소모적인 경영권 분쟁을 치러야만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의 절반 수준인 65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다른 석화업체와 마찬가지로 혹독한 불황을 견디고 있다.
주주를 위한다는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이 정작 내부 구성원들의 혼란을 빚고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총 결과로 회사 경영진 측에 힘이 실리면서 금호석화는 본격적인 미래 경쟁력 제고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박 전 상무가 이번 패배로 완패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여전히 개인 최대 주주이자 추후 우호 지분 세력과 규합하면 조카의 난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내비친 입장을 토대로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며 "박 전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인 데다 경영권 도전 의지가 강해 이번 패배에도 불구하고 재도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