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 지목에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
미국은 IS 소행이라고 쐐기…사전 정보 제공 여부 놓고도 신경전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반박했으며, 미국에서도 IS의 소행이라고 못 박으면서 테러 배후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해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테러에 대해 사건 직후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반면 러시아는 테러범들과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3일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을 체포한 뒤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도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며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전했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도 “모스크바 테러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역시 이번 테러가 IS 소행이라며 우크라이나 배후설 차단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역시 별도 성명을 통해 IS를 거론하며 “모든 곳에서 물리쳐야 할 공동의 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러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미국과 러시아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왓슨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을 포함해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공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러시아 당국에도 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대테러 전쟁에 있어 미국과 러시아의 접촉은 붕괴됐다”며 “이는 러시아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의 경고 당시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명백한 협박”이라고 받아쳤다.

한편 이번 테러는 범인들이 공연장 입구의 금속 탐지기를 통과할 수 있도록 총기와 폭발물을 행사장 내에 몰래 숨겨두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범 중 일부는 내부자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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