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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기자 |
2015년 9월 1일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준공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75년 완성된 국회의사당과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짚어보자.
① 돔은 원래 없었다
국회의사당의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돔이다. 전시(戰時)가 되면 뚜껑이 열리며 태권V가 출동한다는 ‘도시전설’이 생길 만큼 시민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공간. 하지만 설계 당시 이 돔은 없었다.
태권V의 거처를 마련해 준 것은 건물 디자인에 권위가 없다고 생각한 국회의사당건립위원회였다. 결국 미국‧유럽의 의사당 건물에 있는 것과 같은 대형 돔을 설치하기로 결정됐을 때 여기에 동의한 건축가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40년간 시민들의 얘깃거리가 돼주고 있으니 잘한 결정이라 봐줄 수 있을까. 오늘은 태권V가 이사한 지 40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② 해태제과가 협찬했다
국회의사당 정문에는 관악산 방향을 바라보며 서 있는 해태상이 있다. 화기(火氣)로부터 국회를 보호하며 사사로운 기운을 차단한다는 명목이다. 조선시대 궁궐에나 있을법한 가상의 동물이 현대 민주주의의 상징 앞에 있다는 게 어쩐지 언밸런스하지만 어쩌면 그게 바로 한국식 민주주의인지도 모른다.
이 해태상을 제안한 건 민족주의 소설가 월탄 박종화 선생이었다. 문제는 해태상을 만들 돈이 없었다는 점. 당시 선우종원 국회사무총장이 떠올린 사람은 해태제과의 박병규 사장이었고, 결국 해태 측의 지원으로 해태상이 만들어졌다. 월탄 박종화 선생이 다른 동물을 떠올렸다면 역사는 바뀔 수도 있었다.
③ 와인이 묻혀 있다
해태제과가 협찬한 건 해태상만이 아니었다. 두 마리의 해태상 밑에는 ‘화이트 와인’이 묻혀 있다. 이건 태권V 같은 도시전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각각 36병씩 72병이 묻혀 있으며 개봉 날짜도 정해져 있다. 60년 뒤인 2075년 9월 1일이다. 1975년 준공 시점을 기준으로 ‘100년 뒤’엔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해 있길 기원하는 의미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사기업인 해태제과가 기원해 줬다는 점이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다만 와인 전문가들은 2075년까지 저 포도주가 온전할 리 없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60년 뒤의 기념행사에선 어쩐지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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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9월 1일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준공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40년 전,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사당이 준공됐을 때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진=연합뉴스 |
④ 민족과 국민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국회의사당엔 대한민국 건국 이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상징들이 여럿 있다. 의사당 건물을 떠받치는 화강암 재질의 팔각 석주 24개는 24절기를 상징한다. 이는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돔 바로 밑에 위치한 ‘로텐더 홀’은 석굴암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박 대통령은 5층으로 계획된 국회의사당의 설계안을 보고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 건물보다 높게 설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40년 전,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사당이 준공됐을 때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선진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다급함, 그러면서도 역사를 잊을 수는 없다는 민족적 자존심, 후진국이라는 콤플렉스, 풍요에 대한 비관과 낙관….
이 모든 것들을 꾹꾹 눌러 담아 포용하고 있기에 오늘도 국회 주변은 그토록 소란스러운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2015년 9월 1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