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 초강세 지역으로 알려진 서울 강북구을 선거구에 투표 보이콧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벼락공천’ 논란이 해소되지 못해 민주당 정통 지지층 이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구을은 민주당의 수도권 텃밭이다. 지난 1996년 선거구가 신설된 후 보수정당이 단 한차례도 승리를 거둔 적 없다. 다자구도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평균 40%대 중반 지지율을 유지하며 지역을 지켜냈다.
약 30년간 민주당이 독점해온 선거구인 만큼, 지역에서는 ‘무조건 민주당’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최근 현역 박용진 의원 ‘찍어내기’와 찐명 ‘벼락공천’ 논란으로 투표 보이콧 바람이 불고 있어 ‘이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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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수도권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강북구을 선거구에 민주당의 벼락공천 논란으로 투표 보이콧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독점 선거구에 이변이 발생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왼쪽부터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박진웅 국민의힘, 이석현 새로운미래 후보/사진=각 후보 SNS 캡처 |
강북구을은 오는 총선에서 3자 대결이 펼쳐진다. 민주당에서는 전략공천을 받은 한민수 대변인이 뒤늦게 텃밭을 다지고 있다. 한 후보는 중앙당 대변인 출신으로 높은 인지도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알려진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박진웅 후보로 이변을 꾀하고 있다. 박 후보는 후보 중 유일하게 지역 토박이라는 점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특히 그는 중앙정치의 경험과 집권 여당 소속 지역 일꾼이라는 점으로 ‘벼락공천’ 논란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새로운미래는 이석현 후보로 이탈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대안을 자처한 것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출신으로 6선이자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바 있어 진보진영의 이탈표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8일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면 민주당의 텃밭 지키기와 국민의힘과 새로운미래의 빈틈 파고들기가 본격 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민주당”…잡음에도 지역 민심은 국힘·새미래 배제
벼락공천 논란에도 민주당 텃밭은 견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이 27일 강북구을 유권자들과 만나 청취한 민심은 ‘미워도 민주당’이었다.
삼각산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50대 여성 표모 씨는 “(벼락공천 논란에) 주변은 물론 저 또한 엄청 짜증이난다. 하지만 투표 방향을 바꿀 의향은 전혀 없다”면서 오는 총선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새로운미래에 대한 투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도 이 지역은 오로지 민주당”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삼각산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모 씨는 “박용진 의원이 탈락한 것에 아쉬움이 많고 실망이 크다”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정당을 찍을 생각을 해본 적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하지만…대표성 낮은 낙하산 싫어 투표 보이콧
민심은 불공정 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확산되고 있는 투표 보이콧 바람이 ‘변수’로 꼽힌다. 강북구을은 보수정당의 험지지만 30%대 고정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낮은 투표 참여율과 표 분산은 박 후보에게 이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지지층 결집을 소홀히 할 경우 국민의힘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표 보이콧 바람은 벼락공천 논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한 후보가 현역인 박 의원으로부터 지지선언을 얻지 못해 정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외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양동에서 만난 60대 남성 손모 씨는 민주당의 공천 번복 사태에 대해 “(민주당이)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박 의원은 빼고 두 번씩이나 후보를 변경하는 것을 보고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후보의 주소지가 강북구가 아닌 송파구라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지역에서 거주하는 후보여야지 지역 대표성을 가지고 일하지 않겠느냐”라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우리 지역에 출마한다고 하는데 좋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라고 비판했다.
미아사거리역에서 만난 40대 여성 김모 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 우리 가족은 모두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민주당은 밉고, 국민의힘을 찍기 싫다. 새로운미래는 관심이 낮다”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민주당 '텃밭'의 영향으로 한 후보의 독주가 점쳐지지만,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투표 보이콧 분위기를 잠재우지 못할 경우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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