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약자 선부른 옹호론·대학 기독교 동아리 운동권 정서 장악

지난 주 “종북좌파 침투에 한국교회가 뿌리째 흔들”이란 첫 글을 내보냈지만, 근현대사와 함께 해온 핵심 버팀목인 교회의 위기는 예삿일이 아니다. 필자가 교인이 아니라서 이걸 더 객관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은 2만3000명 해외선교사를 보내는 나라로, 미국에 이어 기독교 전파의 전진기지다. 신자 1000만에 목회자 10만 명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 이곳이 왜 개혁으로 위장한 종북좌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가? 그건 혹시 대한민국의 때 이른 조락(凋落)을 말하는 게 아닐까? 미디어펜은 긴급진단 ‘휘청대는 한국교회, 그 내우외환의 구조’를 세 차례 싣는다. ⑴반정부-반대한민국의 물결 교회를 덮쳤다 ⑵만악의 근본 ‘동성애’문제, ⑶ 한국교회, 기사회생의 길은 없는가의 순서다. <편집자 주>

[긴급진단]-휘청대는 한국교회, 그 내우외환의 구조
-⑴반정부·반대한민국의 물결 교회를 덮쳤다

   
▲ 조우석 문화평론가
“한국교회는 범죄집단이고 척결대상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무너진다.” 나꼼수의 김용민은 3년 전 그런 폭언을 한국교회를 향해 퍼부었다. “미국 곤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강간살해범 유영철을 시켜서 강간하자.”는 최악의 막말을 하던 무렵 함께 쏟아냈던 말이다.

그때 한국교회는 무얼 했는가? 그냥 얻어맞기만 했다. 미국에 이어 2만3000명 해외선교사를 보내는 한국교회가 알고 보니 속 빈 강정이란 얘기일까? 개신교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이다. 6년 전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의 경우 “불교를 신뢰한다”는 대답이 60%, 가톨릭 67%인데 비해 개신교는 그 절반도 못 미치는 27% 수준이다.

직업군 33개 중 신부(11위)와 스님(18위)은 중위권이지만, 목사(25위)만은 최하위권이다. 교회가 텅텅 비어간다더니 대학생들의 교회출석률은 4%에 불과하다. 아직도 사회복지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은 그래도 기독교의 저력인데, 이래도 될까?

여기에 반기독교 정서도 끔찍한 수준이다. 상당수 네티즌에게 기독교는 곧 ‘개독교’로 통한다. 그 상징이 7년 전 광우병 촛불난동 때 버젓이 등장했던 섬뜩한 구호다. “MB(이명박)를 장로로 안수한 목사를 쳐 죽여라!”,“MB를 장로로 안수한 목사의 손모가지를 칼로 끊어라!”

소수자-약자에 대한 옹호론에서 출발한 섣부른 반대한민국 정서

이 정도 상황이라면, 개신교의 최대 단체인 한기총이 특위 구성을 포함한 대응책을 내놨어야 정상이다. 그 전에 자기갱신의 몸부림이 진행됐어야 했는데, 모두가 오불관언이다. 내 교회에 개혁의 불똥이 튀지만 않는다면, 내 일이 아니고, 관심 없다는 식으로 자꾸만 몸을 사린다.

의아하다. 한국교회의 주류가 정치사회적 관심을 절제하는 이른바 복음주의 성향이기 때문일까? 막상 젊은 활동가그룹은 또 다른데, 그들은 소수자-약자를 옹호한다는 섣부른 정의감에 눈이 뒤집혔다. 그게 반정부-반대한민국 정서로 표출된다. 지난해 세월호 집회 때 거리로 나선 상당수 젊은이들이 개신교 쪽에서 배출됐던 것도 그 맥락이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젊은이들 중 개신교 쪽이 압도적이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두자. 그들은 평화순례 어쩌구의 깃발 아래 함께 뭉친다. 가톨릭의 경우 정의구현사제단 등 좌경 사제들이 난리법석이고, 스님들도 이 대열에 합세하지만, 평신도 동원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에 비해 개신교 젊은이들의 행동력은 여전히 왕성하다.

   
▲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기독교원탁회의가 주관한 '시행령 폐기·선체 인양·배·보상 일정 중단 촉구를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가 열렸다. 예배 후 기독교원탁회의와 예배 참가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에 가로 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 개신교 활동가 그룹을 종북좌파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저들은 펄쩍 뛴다. 자신들의 순수함을 곡해한다며 송사(訟事)라도 벌일 태세다. 그럼 종북좌파가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정서는 1980년대 운동권의 범 NL(민족해방)정서라는 게 내 판단이다.

1970년대를 휩쓸었던 안병무-서남동 류의 민중신학(중남미 해방신학의 한국적 변용)이 세월을 건너뛰어 그렇게 변질된 것이다. 여기에 민족주의가 가세한다. 1980년대 유행병인 마르크시즘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교인들이라도 우리민족끼리의 NL정서 따위에는 쉽게 함몰된다.

그 결과 현재 대학교 기독교 서클의 대다수는 이런 정서에 장악이 돼있다. 교회 내부도 그렇다. 각급 교회는 보통 북한선교부를 운용하는데, 이 공간이 문제다. 이곳에선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정치적으로 멋대로 왜곡한다.

대학교 기독교 서클의 대다수를 장악한 운동권 정서

그래서 요즘 교회 안에서는 대북지원과, 6.15 선언 지지, 5.24조치 해제 그리고 섣부른 반전 평화의 구호가 울려 퍼진다. 노무현정부 시절 비서관을 지낸 배기찬의 경우 한걸음 더 나가 연방제 통일의 또 다른 이름인 뉴코리아론을 우파 기독교행사에까지 진출해 떠들어댄다.

그런 반기독교 심리, 교회의 운동권 정서 확산을 연출해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걸까? 수두룩하다. 통일-평화 혹은 교회개혁, 사회개혁 따위를 표방하는 기독교 관련 단체가 엄청 많은데다가, 그런 단체 28곳의 연합체로 10년 전 결성된 ‘성서한국’이란 곳을 주목해야 한다.

공동대표로 역사학자 이만열, 철학자 손봉호, 지구촌교회 원로목사 이동원 등 네 명이 포진해 있어 얼핏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이 연합체의 뇌수 역할을 하는 그룹 ‘개척자들’이 따로 있다. 이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서울시장 박원순이 내세운 공동체 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됐으니 정치세력과 어떤 방식으로도 연계돼 있기도 하다.

궁금하다. 한국교회가 어쩌다 이 지경일까? 여기에 교회의 재정 투명화, 교회 세습반대 등 교회개혁의 칼날을 유독 반공 성향이 강한 대형교회에만 향해 겨누는 교계 언론이 오래 전부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에게 약점이 잡힌 교회는 그들에게‘보험’을 든다. 그 뒤부터는 서서히 반공 이념을 약화시킨 채 6.15공동선언 이행, 평화협정체결 등 북한의 주장을 반복한다. 반공성향이 강했던 전 한기총 회장 K 목사의 경우가 그러했다. 좌경세력들이 교회 세습을 문제 삼자 그들과 타협한 뒤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돌변했다.

자기치유의 힘마저 잃어버린 게 아닐까가 걱정스러운 게 과연 한국 기독교의 본래 모습일까? 지난 글에서 밝힌 대로 기독교는 단순한 신앙공동체를 넘어 이 나라 이 민족 근현대사의 뼈대다. 그래서 위대한 힘이다.

장신-한신-감신 등 빅3 신학교는 모두 386이 장악

특히 대한민국 건국 이후 케케묵은 조선조 유교질서를 기독교 문명으로 깨버리는 위대한 실험에 이어 1970년대 한국교회는 실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교회가 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있더니 급기야 교회 공동화 현상, 신자들의 고령화 현상이 잇따라 찾아왔다.

그러더니 이제는 크고 작은 교회가 개혁세력으로 위장한 종북좌파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거의 전방위적이다. 신학교의 경우 총신대 한 곳만 제외한 장신대-한신대-감신대 등 빅3가 386출신 학자들에 의해 장악됐다. 이 문제를 추적해온 한 익명의 전문가는“한국교회는 이미 거덜 났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 기독교는 한국사회의 산업화 근대화의 붐을 선도해왔다. 그걸 성장신학이라고 하자. 그 힘이 더 쭉쭉 뻗었더라면, 지금쯤 모든 교회에서 자유민주통일과 북한 붕괴를 말하고 그 운동에 앞장을 섰어야 했는데, 2000년대 초반 이후 성장동력을 잃고 주저앉았다.”

여기까지가 한국교회의 가슴 철렁한 현주소다. 자기갱신의 몸부림도 없이 조용히 고사당하면서, 내부에서는 반정부 반대한민국 정서로 부글거리는 기괴한 곳이 그들이다. 종북좌파의 교회 흔들기는 그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여기에 동성애 문제까지 끼어들어 복잡한데, 다음 회에 그 얘길 더 해볼 일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