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 기조 충분히 장기간 지속"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연일 금리 인하 신중론을 쏟아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한국은행 전경./사진=한국은행 제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긴축선호) 발언이 잇따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시시각)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모두발언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 견조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진전에 비춰볼 때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추가적인 지표를 기다릴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성명에서 밝힌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연준은 당시 성명을 통해 연내 금리 인하를 전제하면서도 “FOMC는 기준금리 조정을 고려함에 있어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균형을 신중히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연내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섣부른 인하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데일리 총재는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는 매우 합리적인 기준”이라면서도 “다만 이는 전망이지 약속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를 너무 일찍 인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위험하다”고 전했다.

메스터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2%까지 하락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며 “하지만 좀 더 확신을 갖기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시장에선 이를 근거로 연준이 올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연준이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당초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도 지난달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연말 2%대 초반 물가를 전망하면서도 물가 안정기 진입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한은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국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공고히 했다.

한은은 “섣부른 긴축 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위험 쏠림의 시그널을 제공할 위험을 유념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시간 이어가되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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