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외 증시 훈풍 영향으로 지난 1분기 기준 무난한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상생금융 비용 부담 등을 안고 있는 은행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은행과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 내에서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비중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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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외 증시 훈풍 영향으로 지난 1분기 기준 무난한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코스피 상장 증권사 5곳(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의 순이익 추정치 총합은 8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분기 총 254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좋아진 실적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을 제외한 4곳 모두 이번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전된 실적의 이유는 증시 활황에 따른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 호전이다. 쉽게 말해 수수료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5개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 대비 23.6%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 엔비디아가 촉발시킨 인공지능(AI) 열풍과 그에 따른 증시 수혜를 고스란히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가 불을 당긴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세도 도움이 됐다.
물론 모든 부문이 다 좋아진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우 브릿지론과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의 경우 총선 이후 사태 추이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가 꽤 크게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실적은 특히 은행권 대비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들의 경우 지난 1분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한 ELS 사태를 필두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당국이 요청한 상생금융 비용을 실적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도 여전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1분기 H지수 ELS 자율배상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KB와 신한 등은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일부 은행의 경우 자율배상금 지급까지 완료하면서 자율배상과 관련된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자회사로 존재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그룹 내 입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선두권 경쟁은 물론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 움직임을 앞당기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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