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4·10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은 유효했다. 범야권은 11일, 의석수 192석을 확보하며 국민의힘에게 대승을 거뒀다. 제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주도권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야권 지도자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펼칠 수 있어 거야의 분열은 정부여당에 기회로 여겨진다.
이들은 정권심판을 위한 협력 대상이다. 22대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180석 이상의 의석수가 필요해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대표가 범진보 연합의 대승을 이끌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해 야권을 이끌어갈 지도자 자리를 두고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
|
|
▲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야권에 대패하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워장의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반면 범진보 연합으로 대승을 거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차기 대권을 도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국민의힘은 총선 대패 수습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의 중심에 서 정치력에 큰 타격을 입음에 따라 이를 수습할 구원투수를 찾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재명, 2전 3기 끝에 대선·지선 참패 ‘설욕’…대권주자 우뚝
이 대표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완승을 거둠에 따라 향후 대권 행보에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0.7% 차이로 낙선해 정권 사수에 실패한 바 있다. 더불어 제8회 지방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역임하며 만회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에 완패 당해 책임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전 3기 끝에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 이상 의석수를 확보해 설욕전에 성공했다. 그는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범진보 연합의 대승을 이룬 주역으로 평가돼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등 사법리스크를 품고 있는 것이 흠결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으로 대법원 판결이 지연된다면 대권 도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번 총선 결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것이 증명돼 대권행보를 발목 잡기란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논란을 겪으며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친명으로 재편한 덕에 향후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회부되어도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이 대표에게 사법리스크는 더 이상 대권 도전의 걸림돌로 작용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동훈, 탄핵 저지선만 겨우 지켜…총선 완패 책임론 직격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조 심판론을 꺼내들며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섰다. 하지만 탄핵 저지선을 겨우 사수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다. 총선 패배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축소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구원투수 등장에 이목이 쏠린다.
인물난 속 보수세력 재건을 이끌 구원투수로 유승민 전 의원이 주목받는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에서 탄압받은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 공식 직책을 맡은 바 없어 패배 책임론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또 제3지대의 보수 정당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관계도 상대적으로 가까워, 범보수 세력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으나,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으로 당권을 놓쳤던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한강벨트에서 승리를 거두며 5선으로 복귀에 성공했다. 앞서 그는 국민의힘 당권 도전 당시 대통령실의 외압 논란으로 당권 도전을 중도 포기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어, 국민의힘이 ‘용산 출장소’라는 오명을 씻어낼 적임자로 여겨진다. 또 원내대표를 역임한 경험이 있어 대패한 국민의힘을 재건할 리더십이 증명된 인물이라는 것도 높게 평가된다.
이번 총선에서 유일무이하게 생존한 ‘잠룡’ 안 의원도 차기 당권주자로 꼽힌다. 안 의원은 거물 정치인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과 빅매치에서 승리하며 4선을 달성했다. 정치적 입지를 확보한 만큼, 당권과 대권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국민의당을 이끌며 제3지대를 탄생 시킨 경험이 있어 당권 주자로 거듭 거론되고 있다.
조국, 범진보 승리 견인 일조했지만…사법리스크에 대권 빨간불
조국 대표는 비례대표 정당인 조국혁신당을 출범시키며 범진보 연합의 승리를 견인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진보진영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더불어민주연합과 표를 나눠가졌다. 하지만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아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경쟁에서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몰빵론’과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 전략 모두 지역구를 민주당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는 내용인 영향이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범진보 연합 승리 견인에 일조했다는 평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조 대표는 정치 입문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정치력을 인정받아 야권 지도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조 대표는 향후 이 대표와 협력 대상이자 동시에 라이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의석수가 175석에 그쳐, 쟁점 법안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조국혁신당의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열세이지만, 캐스팅보트로서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 대표는 대권 도전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덕에 야권 지도자로서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권 주자로 체급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 대표는 사법리스크로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조 대표는 현재 2심 재판부로부터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형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하급심이 인용된다면 조 대표는 원내 입성이 무색하게도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당선자는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더욱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음에도 조 대표의 운명은 대법원 판결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