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는 4년 전 21대 총선의 재현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90석을 얻었고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예상되면서 여당이 108석이 됐고, 나머지 전체 야권이 190석 이상을 차지했다.
국회가 입법으로 윽박지르고 정부가 방어하는 지금의 '여소야대' 구도가 최소 3년 더 가게 됐다. 3년 뒤 차기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가 바뀔 수 있겠지만, 그 때까지는 '여소야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탄핵저지선과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가까스로 지켰고,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압승이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4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결과다.
4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1대 총선 결과는 이번 22대 총선보다 더 뚜렷했다. 미래통합당(당시 야당-현 여당)은 103석에 그치면서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구축했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보다 오히려 5석을 더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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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0일 오후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발표 직후 서로 다른 표정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국민의힘은 2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극적으로 이겨 집권여당이 되었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의 힘은 대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만들 정도로 '입법 폭주'에 나섰다.
민주당이 독소조항을 지닌 법안을 과반수 의석의 힘으로 강행 통과시키면서 '국회의 힘'을 과시했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돌려세우면서 시행령 개정과 같은 소극적 행정 조치만 일관해 왔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이러한 모습이 계속해서 연출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12년간 입법 권력을 또다시 쥐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부터 세 번 연속 총선에서 이겨왔다.
이번 총선 결과로,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현직 대통령 임기 내내 소수당인 첫 사례가 됐다.
결국 21대 국회처럼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양보 없는 힘 대결을 벌이며 극한의 정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정 운영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강력한 견제 속에 행정부 예산 및 인사권 행사에 큰 제약이 있었는데, 이러한 악조건이 남은 3년의 임기동안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향후 지지율 추이에 따라 남은 3년의 임기동안 레임덕(권력누수)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지형이 그대로다.
기존 국정 기조를 그대로 갖고 가면서 민주당과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유지할지, 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직접 설득에 나설지 주목된다.
다만 3년 후 있을 차기 대선을 놓고, 여소야대라는 의회 지형 속에서 대권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게 됐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각축을 벌이게 됐고,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나경원 의원·안철수 의원·김은혜 의원 등이 두각을 드러낼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총선 패배로 리더십에 물음표가 찍힐 것으로 예상되고,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긴 힘들겠지만 '윤석열 정권 타도'라는 맹렬한 공격을 국회에서 이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