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인상액 고스란히 제품가격 반영…소비자도 피해
주류업계 "회수율 영향 크지 않을 것"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소주병 모아야 겠네, 돌려주면 100원 받는다는데..." 정부가 내년부터 빈용기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현재보다 2배 이상 올리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울상이다. 아니 반발에 가까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환경부는 빈용기 보증금 현실화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물가상승률과 소비자설문조사 등을 고려해 보증금을 결정했다.

   
▲ 맥주 자료사진. /사진=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각사 제공

이에 주류업계에서는 보증금인상액은 고스란히 소주, 맥주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환경부안 대로라면 빈용기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오른다.

이럴 경우 소주의 출고가격은 현재 1002원에서 1097원으로, 맥주는 1129원에서 1239원으로 각각 9.5%, 9.7%로 오른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환경부는 빈용기보증금은 소비자가 빈용기를 소매상에 반환할 때 되돌려 받을 수 있으므로 주류가격인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소매상을 통해 빈용기를 반환하지 않으면 보증금인상액은 고스란히 소주와 맥주가격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은 빈용기 몇 개를 소매상까지 가지고 가서 환불받는 것을 귀찮게 여기며, 소매상 등은 규정된 보증금보다 적게 지급하거나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이번 빈용기보증금 인상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 빈용기 회수체계 및 비중. 표=한국주류산업협회

첫 번째는 현재 빈용기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지급에 대한 실태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빈용기 회수율 증가에 필요한 적절한 보증금 수준에 대한 실증적 연구나 근거 없이 보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협회 측은 설명한다.

협회 관계자는 "소매업소 반환장소 표시 및 설치 확대, 신고보상제, 무인회수기 설치, 플라스틱박스 확대 등 실질적 회수율 증가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우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빈용기 보증금은 제품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보증금 인상분만큼 제품가가 오른다. 보증금을 찾지 않으면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셈이다.

주류 업계 한 관게자는 "사실 소비자들가 빈 용기를 소매상으로 가지고 가서 환급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보통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갖다 놓는 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환경부의 인상안이 회수율 증가에 큰 영향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국내 주류 시장 잠식 심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최근 FTA등의 영향으로 값싼 수입맥주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차지하고 있어 국내 주류업체가 힘들어졌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맥주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보증금 인상이 이뤄지면 그 제도가 적용되지 않은 수입맥주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한국주류산업협회와 주류제조업체들은 "환경부는 정책효과도 불분명하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 시킬수 있는 빈용기보증금 등의 일방적 인상 방안을 즉시 철회하고 실질적으로 빈용기 회수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주류제조업체, 관련업계, 소비자 등 관련자의 참여하에 진지하게 논의해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