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 상승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소비 위축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여전히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이번 중동 사태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가 85.66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 가운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 국제유가는 더 급등할 수 밖에 없다. 중동 산유국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최고 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심상치 않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4.0원에 마감했다. 이는 2022년 11월 8일(1394.6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유가와 원‧달러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가와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2%에서 올해 1월 2.8%로 2%대로 내려왔으나, 2월과 3월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중동 사태 등을 고려했을 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고금리 상황에 수출을 제외한 투자와 소비가 모두 얼어붙은 상황에서 물가마저 급등하면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은 일정한데 가계 지출은 물가가 오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4월 경제동향 통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나타나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소비 위축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내수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 및 음식점업(-4.5%), 도소매업(-3.7%)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는 상품 소비의 위축과 서비스 소비의 부진으로 지난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1.9)보다 낮은 100.7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 연관성이 낮아 서민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 고물가‧고유가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지출을 늘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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