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 의지 드러내지만 시장 기대 분산…재계는 '신중론'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증시 관련 정책들의 지속성과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여전히 밸류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재계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증시 관련 정책들의 지속성과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성 여부가 국내 증시의 새로운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총선 결과가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까지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보험‧은행‧증권주들의 상당수가 밸류업 추진 이전의 주가로 되돌아갔다.

당국은 여전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순히 일회성으로 특정 어떤 쟁점을 띄우는 게 아니라 국가가 향후 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정당이 됐든 세력이 됐든 우리 자본시장에 붐을 일으켜 과거 부동산에 주로 매여 있던 우리 자산운용의 틀을 조금 더 생산적이고 건강한 분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외국계 증권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세가 지속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해외의 기대가 높다”며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국내 증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번 간담회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골드만삭스‧노무라‧맥쿼리 등 여덟 곳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3월 자본시장 밸류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해당 TF는 내달 말 첫 세미나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국회의원‧자산운용업계‧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당국과 업계가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재계에선 조금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15일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란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해 토론한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인센티브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당위성 자체를 부정하는 논조는 아니었지만, 은연 중에 재계의 ‘본심’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반응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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