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정부 자영업자 및 가계대책 실패 원인 지적

[미디어펜=김재현기자] 메르스라는 홍역을 치른 김 모씨(남, 54). 그는 자신의 거주지 근처 조그마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워낙 내수가 어려운 상황인지라 장사가 갈수록 어려워진 상황에서 메르스를 만나 위기에 몰렸다.

   
▲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신규대출이 전년동기 대비 3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폐업으로 문 닫은 상점 모습./연합뉴스
손님도 없으니 매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1년 이상 동거동락 해오던 아르바이트생의 급여 지급도 빠듯했다. 결국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정을 얘기한 후 지금은 부인과 둘이서 운영하고 있다. 며칠 전 전 회사 동료가 자신의 가게에 찾아와 그에게 하소연했다.

50이 갓 넘었는데 나이 많다고 회사에서 정년퇴직 눈치를 주고 있는 것. 김씨는 직장인 시절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도 지난 2013년 구조조정 여파 속에 살아남지 못한 당사자이기 때문. 그는 30여년간 다녔던 회사를 쫒겨나듯 나온 뒤 여기저기 일할 곳을 찾았지만 답은 자영업뿐이었다.

동료가 "장사는 잘 되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자신의 가게 주변에 치킨집이 5개가 몰려 있고 손님은 줄어들고 돈 벌기는 커녕 빚만 늘어났음을 털어놓았다.

2억여원 가까운 목돈을 투자했지만 돌아온 것은 3500만원 가량의 은행 빚만 남았다. 망해도 또 생기는 창업자들로 인해 월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100만원짜리 월세가 150만원, 200만원이 되고 200만원짜리가 되는 것 예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 매출을 올려도 월세 값에 직원 월급에 남는 것보다 은행 문을 넘나들어야 했다.

건너편에는 오픈을 준비하는 자영업자가 밤을 잊을 듯 분주하게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건너편 사장도 명퇴금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자영업 후배다. 자영업의 속도는 가파르게 달리고 있지만 자영업자는 없어지고 다시 그 자리를 메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의 빚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빚의 노예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100만개 가까운 자영업이 창업하고 80만개가 문을 닫고 있다. 창업 후 6개 중 1개 가깝게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치킨집 뿐만 아니라 소매업, 서비스업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묻지마식 창업'이나 창업자의 전문성 부족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워낙 경기불황인데다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이 약발을 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국내은행이 월별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신규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4% 급증했다.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22조9043억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4년만에 73조원이 늘었다. 작년 3월부터 월간 7조원 대 수준으로 불어난 신규대출액이 올해 3월부터 월간 1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6월 신규취급액은 관련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50대 대출 잔액 비중은 39.8%로 가장 많다. 40대가 28.3%로 뒤를 잇는다. 이는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에 따른 자영업자 고령화 추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특히 5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07년 47.5%(360만명)에서 2013년 8월 57.2%(403만명)로 10% 포인트 정도 늘었다. 

전체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금융채무불이행자는 늘고 있다. 2011년 15만5486명에서 올해 6월 22만2971명으로 6만7485명(43%) 급증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2명 중 1명꼴로 월 평균수입이 100만원에 못미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50세 이상 비임금금로자의 월평균 급여 비율의 경우 월 100만원 미만이 44.7%로 가장 많다.

월 100만~200만원 21.3%, 월 300만원 이상 17.9% 순이다. 소득이 터무니 없으니 대출을 받아 생계비로 써야하고 빚 상환 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

최근 경기침체와 자영업 폐업 증가로 자영자 개인의 건전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자는 전체 가계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의원은 "장사는 안되고 빚은 불어나고 자영업자는 지금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수차례 발표한 자영업자와 가계부채 대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