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아시아 각국의 주식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4일 외국인 투자자는 9월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일제히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약 4200억엔, 대만에서 2100억엔의 순매도를 보였다. 인도 뭄바이 증시에서는 약 3000억엔의 순매도를 기록해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월간 단위로 최대치를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특히 8월 25일 이후 미국 증시를 뒤따라 아시아 증시도 일시적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세를 멈추지 않는 것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8월 20일부터 29일까지 7거래일동안, 필리핀은 8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처럼 아시아 주식들을 매도하는 것은 일단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을 둘러싼 인식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는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을 끌었다. 중국 경제의 확장에 힘 입어 올해 상반기에 인도 SENSEX를 위시한 아시아 주요 주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로 분위기는 일변했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에서 공산품에 이르는 아시아 신흥국의 수출을 지탱하는 중국의 수요가 예전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경계감이 커졌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기 둔화를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아시아 각국의 내수가 성장하는지에 대해서도 늘 물음표가 붙어 다닌다는 것이다.
고성장이 기대되던 인도네시아는 인프라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동남아 6개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27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고 있다.
아시아 증시를 분석하는 삭소 뱅크 그룹의 아시아 전략가 카이 반 피터슨은 "미국 연준(FED)의 금리 인상에 정신이 팔리고 있지만 되돌아 보면 아시아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한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음을 투자자는 깨달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금의 이탈이 계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비록 성장이 둔화되었다고는 해도 실질적 국내총생산 (GDP)은 7%대의 인도를 비롯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국 경제가 '버블 붕괴'를 피할 수 있다면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구상)' 등이 주변국들에도 장기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다. 위험이 내포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만 주식은 7월부터 연일 하락세를 지속했다. 미국 애플의 주가 하락으로 IT주가 집중적으로 매도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승세의 조짐이 엿보인다.
미국 리서치 회사인 팩트셋에 따르면, 대만 가권 지수의 PER (주가수익비율)은 8월말 현재 11배로, 중국의 18배, 말레이시아의 14배, 필리핀의 16배 등과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 8월21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을 보면 대만 주식은 1% 이상의 플러스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순매도 행진을 계속하던 25일과 28일에도 유독 대만 주식은 순매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시아 주식 흐름을 크게 좌우하는 존재다.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다만 아시아에서 비교적 큰 인도의 뭄바이 증시의 시가 총액은 일본의 3분의 1이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싱가포르조차도 일본의 15%에 불과할 만큼 주식의 유동성이 낮은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투자자 층의 두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매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외국인의 투자 방향에 따라 변동이 가속해 손실의 확대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대로 외국인 자자의 순매도가 계속되면 유동성이 더욱 저하될 위험이 높아지는만큼 이들이 아시아 주식에 되돌아온다고 해도 침착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