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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
[미디어펜=고이란기자] “이번 위기만 돌파하면 대우조선해양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대규모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에게 이와 같이 호소했다. 9년 만에 돌아와 인력감축과 회사의 상징인 사옥까지 팔아야하는 정 사장의 무거운 마음과 절박한 심정이 담겼다.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손실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조 단위 손실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은 반 토막이 났고 신용등급은 연이어 하락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을 회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며 “비올 때 우산 뺐지 말라”며 은행들의 자금회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이한 대우조선해양은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성하며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한 위기극복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달부터 현직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하고 부장 이상 임원들을 감축하는 등 경영진부터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또 골프장(써니포인트컨트리클럽)과 연수원(퓨처리더십센터)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FLC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KG그룹을 선정하고 이달 말까지 추가 협상을 통해 매각 절차를 매듭 짓는다. FLC를 시작으로 비핵심 자산 전부를 매각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이같은 자구책에서 경영의 정상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1999년 8월 시작된 워크아웃 체제에서 2년 만에 졸업했다.
이 뿐만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잔량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주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은 857만5000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하며 9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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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이한 대우조선해양은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성하며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위기극복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 홈페이지 |
한국 조선업계는 사면초가다. 업계 불황이 조선산업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고 엔저 나비효과에 일본의 반격이 시작됐다. 비록 기술력에서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중국이지만 거센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위기의 계절을 맞은 중형 조선사들의 붕괴는 대형 조선소에 치명타를 입히며 부메랑을 맞게 된다. 국내 조선산업의 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체는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와 마찬가지다.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1980년대 말 일본은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투자금지와 구조조정, 고용 감축 등을 자행했다. 2000년대 역대 최대 조선업 호황 때 대응을 잘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에 나서며 조선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한국과 중국을 추격하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의 1위자리를 노리는 중국과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조선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성장동력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은 선박대출센터를 통해 해운 조선사에게 자금 수혈을 하고 있고 일본 역시 선박투자촉진회사를 운영하며 자국 선사들의 선복량 확보를 이끌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정치권의 개입, 일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거부, 정책금융의 위축 등 대우조선해양을 흔들고 있다. 비록 벼랑 끝에 마주쳤다지만 건설과 조선업계의 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고용창출도 무시못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산업은행은 손실 원인 규명과 경영실태 파악을 위해 삼정회계법인 실사단과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조사 중이다.
실사가 끝나면 손실에 대한 책임자를 가려내고 그에 합당한 처벌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혈세로 우뚝 선 대우조선해양은 담화문을 통해 밝힌 “위기에 정면으로 마주서서 거품과 속병 도려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 것” 이라는 각오를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