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하이브(HYBE)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OR) 경영진을 향한 강도 높은 감사에 착수했다. 명분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다. 멀티 레이블 체제인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2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오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경영진인 부대표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감사 질의서를 보냈다. 

이 질의서에는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모의 정황, 외부 컨설팅 의혹, 인사채용 비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와 함께 민 대표 사임 요청, 현 어도어 이사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 하이브 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민희진 대표와 '키맨' A씨…제동 건 하이브

어도어는 2021년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민희진 대표와 함께 만든 회사다. 소속 가수는 그룹 뉴진스 한 팀이지만 지난 해 매출액 1103억원, 영업이익 335억원, 당기 순이익 265억원을 기록하며 하이브의 핵심 레이블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 등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 해 콜옵션을 행사해 어도어 주식 18%를 매입,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 2%는 어도어 경영진들에게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 등 경영진이 외부 투자자와 손 잡고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어도어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매각토록 해 과반을 만들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어도어 경영진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 등에 매각 구조를 검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가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뉴진스를 빼돌리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23일 조선비즈는 민 대표가 대주주가 되지 못할 경우 별도의 독립 법인을 설립해 뉴진스 멤버들을 데리고 나오는 방안을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뉴진스와 어도어간 계약관계를 해지하되, 책임을 모회사인 하이브에 넘기는 전략이다. 2022년 데뷔한 뉴진스가 계약 해지 시 물어야 할 막대한 위약금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가 '키맨'으로 지목한 인물은 어도어 부대표 A씨다. 그는 하이브 재무부서에서 기업설명(IR)을 담당하며 상장 업무 등을 수행하다 올해 초 어도어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표와는 SM엔터테인먼트부터 함께 해왔다. 

하이브에 따르면 A씨는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하이브의 재무·계약 등 핵심 정보 및 아티스트의 건강 상황 등이 담긴 개인정보를 유출해오다 감사에 포착됐다. 

#. 하이브·어도어 갈등…시총 7489억 증발

하이브 박지원 CEO는 23일 하이브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자사 핵심 레이블 중 하나인 어도어의 독립 행보를 저지하기 위해 이사진 교체 작업을 통한 어도어 체질 개선에 나선다. 또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시 민·형사상 법적 조치도 감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어도어의 이사진은 민 대표와 함께 어도어를 키운 핵심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민 대표와 부대표 A씨, 수석크리에이티브 디렉터 B씨다. 

하이브가 어도어에 전달한 감사 질의서 답변 기한은 23일이지만 어떤 답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어도어는 각각 김앤장과 세종과 손 잡고 법적공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관계가 올해 초부터 틀어졌다고 보고 있다.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관련 내부 문건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2일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81% 급락한 21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의 시가총액(시총)은 7498억 원이 증발했다.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YG엔터테인먼트의 시총(8187억원)에 버금가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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