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NSDS)’ 구상을 공개하면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산시스템 구축에만 1년 정도가 소요되는 데다, 기관투자자들이 잔고 내역 등을 중앙 시스템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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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NSDS)’ 구상을 공개하면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점쳐진다./사진=김상문 기자 |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면금지된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전면금지 조치가 발효되고 약 5개월 만에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2차 토론’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공매도 전면 금지 후 약 반 년 만이다.
금감원이 내놓은 방안을 들여다 보면, 우선 공매도 주문을 기준으로 크게 사전·사후 2개 트랙이 눈에 띈다. 우선 기관투자자는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관리 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잔고가 발행량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공매도 잔고 보고를 하는 모든 기관(외국계 21개사‧국내 78개사)을 대상으로 하는 조치다.
수탁증권사는 정기 점검을 통해 시스템 적정성을 확인하고 이 절차를 통과한 기관에 한해 공매도 주문을 수탁할 수 있다. 3중 차단 장치가 걸려있는데 실시간 잔고 산정(잔고 초과 매도주문 자동거부), 차입신청(차입 승인 전 공매도 불가, 실시간 잔고 반영(잔고 초과 매도주문 자동거부) 등이다. 이 기준들을 통과해야만 증권사들은 한국거래소로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는 기관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약 2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외국계를 중심으로 전산 구축 등 비용이 부담이긴 하나 공매도 제도 운영 자체가 안 되는 것보단 신뢰를 얻고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비용만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도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등으로부터 잔고 내역 등을 보고받도록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시행령 변경 등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내달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를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리는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NSDS 구축에도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결국 올해 하반기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해제’ 시점은 늦춰질 수밖에 없어졌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멀어져 있는 시간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매도 재개 시점에 대해 “외부 공표 시기 및 내용은 최종 확정이 안 됐다”고만 언급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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