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돈을 이길 수 있을까"

   
▲ 1000회를 맞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대한민국 정의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영화 '베테랑' 속 명대사가 실현되는 공간은 사회가 아니었다. 법에 원리에 따라 '평등의 원칙'이 지배되는 높은 담장 안 교소도 사회는 그 어느 곳보다 돈과 위세와 권력이 판을 쳤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담장 안으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이 깊숙하게 들어갔다.

1000회 특집으로 총 3부작으로 방송될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첫 이야기로 두 명의 죄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명은 과거 생계형 절도 전과가 있던 한 젊은 남성으로 이 남성은 식당으로 몰래 들어 가 라면 2개를 끓여먹고 라면 10개를 훔쳤다.
또 다른 죄인인 중년의 남성은 과거에도 한 차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회삿돈 497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부는 라면을 훔친 남자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회삿돈을 횡령한 중년 남성에게는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회삿돈을 횡령한 남성은 특별사면을 받아 2년 7개월만에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한 재벌기업의 총수이기도 한 그는 수감기간 중 변호사 접견을 포함해 총 1778회의 면회를 가졌고 ‘황제면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제보를 받고 지금 우리 시대 ‘정의’의 현주소를 묻기 위해 교도소 안을 들여다봤다.

법의 심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정하게 집행된다고 믿고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는 공간이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바라본 그 안은 조금 다른 ‘원칙’이 행해지고 있었다.

작년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재벌 갑질’이라는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켜 1심 실형선고를 받았던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은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아직 사회적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임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치소 측으로부터 남다른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특혜의혹이 불거져 나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측이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염 모씨는 조 전 부사장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 3자를 통해 해당 구치소 관계자들을 접촉했다고 한다. 조 전 부사장은 외부에 있는 대학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는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측과 인터뷰 한 한 구치소 수용자는 인터뷰를 통해 “일반인 의료진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며 “구치소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이례적인 게 아니라 아예 없다”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만난 다수의 제보자들은 교정시설에서 외부의료진이 들어와 수용자를 진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은 병동 자체에 가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구치소 의무과장이 있었다. 그는 17년간 굳건히 구치소를 지키며 막강한 지위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취재 중 이 의무과장으로부터 유별난 특혜를 제공 받은 또 다른 회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 천 억원대의 피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로 구속된 남성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기 전까지 이 의무과장이 근무했던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통해 전 구치소 사동 도우미는 “어떻게 하면 병으로 해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가 의무과장이랑 그런 이야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취재한 결과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하다가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전 구치소 수형자 김씨의 아내는 김씨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기 전 날 “그냥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죽는 게 억울하다고 마지막 날에 그 이야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형 집행정지로 풀려 난지 하루 만에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김 씨(가명)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겪던 김 씨는 지난 5월 교도소측의 집행정지를 허가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하지만 만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김 씨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현재 가족은 교도소가 김 씨의 수술전후로 진료에 소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도소 측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교도소측은 김 씨가 수형자 신분이기 때문에 일반사회에서의 치료보다 더욱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가능했다며 치료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걸려온 수많은 제보들을 통해 ‘담장 안 교도소’가 우리 사회 다른 어떤 곳 보다도 돈과 위세와 특권이 중요시 여기지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가진 자들은 이곳에서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의료혜택을 받는 것도 조금 더 특별하게 누릴 수 있었다.

사회가 법 앞에서 누구나 합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5일 밤 11시 1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