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굴복 관계보다 같은 눈높이에서 통일하는 것 중요”
김영호 통일장관과 면담, "尹정부 자유통일비전에 공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제13차 한독통일자문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연방총리실 정무차관이 3일 “독일통일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고,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뒤 양국 취재진과 진행한 약식 인터뷰에서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큰 몇몇 사건들은 정말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이뤄지곤 한다. 그럴 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독 출신인 그는 독일통일 과정을 되돌아볼 때 “한쪽이 승자이고, 한쪽이 굴복하는 형태보다 같은 눈높이에서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과거 동서독 간 통일 이전에도 왕래나 서신교환이 있었는데 굳이 통일을 추진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엔 “분단 시절 서독사람은 동독에 갈 수 있었지만 동독사람은 서독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됐다. 서신왕래도 동독 당국의 검열이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 왕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연방총리실 정무차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면담 후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북한이 최근 남북한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북한의 최근 태도 변화에 대해 독일정부는 한국을 지지한다”면서 “그것이 북한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잠재우기 위한 액션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몇 안되는 나라이고, 분단의 시기는 너무 짧은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게오르크 빌프리드 슈미트 주한독일대사는 주북 독일대사관 재가동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은 지난 2월 평양 주재 대사관 시설 등을 점검하기 위해 북한에 답사단을 파견했다.

슈미트 대사는 답사단의 평양 방문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철수한 이후 (오랜만에) 대사관의 기술적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기회였다”면서 “주평양 독일대사관을 언제, 어떤 규모로 재개할지 여부는 베를린에서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평양대사관 재개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과) 소통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3일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연방총리실 정무차관을 정부서울청사에서 접견하고 있다. 2024.5.3./사진=통일부

한편, 이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슈나이더 차관과 접견하고, 독일의 통일 경험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이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자유통일비전을 소개하며, 독일통일의 경험과 교훈을 참고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흔들림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전하고, 독일측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슈나이더 차관은 우리의 자유통일비전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은 통일 이후 사회적 통합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양측은 통일 문제에 대한 상호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협력을 활성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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