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당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고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나고가 설립된 지 5년 만에 명문 고등학교로 발전해 간 과정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나금융은 학교설립비용 419억 5천만 원, 수익용 기본재산 251억 원(현금 30억 원, 주식 221억 원), 학교운영비 174억 원 총 844억 5천만 원을 출연했다. 이렇게 설립된 하나고는 전국단위의 자율형 사립고로서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 20% 선발권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배려 대상 자녀 20%를 선발하여 함께 교육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하나고등학교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하나고 특위)’를 구성하고 “출연금(약 30억 원/년) 지원을 중단한 하나금융의 약속이행” 및 “학교부지특혜에 대한 서울시측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하나금융의 임직원 자녀 20% 선발권을 포기하라는 압력이 들어있다.
하나고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출연금 지원에 대해 은행감독규정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정히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 20% 선발권을 행사하려면 출연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임직원 자녀선발권을 고리로 8백여 억 원을 투자했고 매년 학교운영비 30억 원을 지원할 명분을 찾았을 텐데, 계속 출연금을 지원하려면 임직원 자녀 선발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니 진퇴양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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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고에 대한 마타도어가 도를 넘고 있다. 하나고의 남녀 성비조정은 사립학교의 건학이념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결정인 것이지 조작이나 비리가 아니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그러한 학교 측의 방침을 수험생들에게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비리나 성적조작과는 다른 문제여서 별도로 논의해야 할 사인인 것이다. /사진=YTN 캡처 |
출연금 지원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임직원 자녀 선발권을 포기할 것인가? 하나금융으로서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닐 터이다. 그렇기에 학교설립 및 출연금 지원을 두고 이를 임직원 자녀에 대한 특혜를 위한 기업이윤 전용이라고 본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참으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윤을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환원한다는 것은 향후에도 크게 장려하고 고무시켜야 할 일임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교육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인이 학생선발권에 20%정도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번 하나고 사태는 본래 취지대로 학교가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나 법률로 어떻게 뒷받침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학교설립 모델이었던 하나고의 사례가 더 많이 모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그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위는 학생선발권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만든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출연금 중단이 마치 학교 측의 특혜유지를 위한 고의인양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특정정파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고 특위가 또 하나의 “부자학교 때려잡기”라는 도식적인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지난 27일 하나고 특위에서는 크게 4가지 문제점이 논의 대상이었다. 학교설립과정의 특혜의혹, 교사채용상의 특혜의혹, 학교폭력의 은폐의혹, 학생선발 시 남녀성비를 조정한 선발조작의혹 등이다. 그날 특위에 출석한 전모 교사의 내부고발로 인해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나고측에 의하면 전모교사는 지난 2년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지난 4월 경부터 징계절차가 진행 중에 있었다고 한다. 수년 전부터 보아온 의혹들을 징계절차에 있는 지금에서야 나선 것은 내부고발자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가 고발한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겠으나 시민들의 감성을 건드리려는 불필요한 언동들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업무보고에 의하면 학교설립과정의 특혜의혹이나 학교폭력 은폐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처리과정의 적절성을 문제 삼자고하면 끝이 없겠으나 업무 담당자나 해당 관청의 재량권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라는 전모교사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나고측의 해명에 의하면 교사채용의 경우 기간제 교사를 공개모집한 후, 2년 정도 재직한 결과를 보고 그들 중에서 면접에 의해 정교사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기업이 인턴을 채용한 후에 인턴 중에서 근무성적이 좋으면 정직원으로 채용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나고의 교사채용 방식이 어쩌면 일반적인 형태의 정교사 직접 공개모집방식보다 더욱 훌륭한 교사를 확보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서울시 교육청 내에서 조차 단순공개모집에 의한 교사채용이 지필고사 성적순위로만 교사를 채용하는 것이어서 심지어 초등학교의 경우 여교사가 70%가 넘는다는 성비의 불균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학생선발시 남녀의 성비를 조정했다는 비난에 대해 살펴보자.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립학교의 학생선발권 자율 행사에 관한 원칙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공립과 달리 사적 재산의 출연에 의해 설립된 독특한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선발권은 사학법인 설립자의 건학이념에 의해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된다. 고교평준화정책에 의해 사학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고 대신 모자라는 등록금을 보전하는 재정결함보조금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고 학교와 학생이 학교운영비 전체를 부담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학생선발권은 학교 측에 자율권에 속한다.
사립학교가 여학생만 뽑아서 운영하는 여학교로 운영되든 그 반대로 남학교로 운영되든 원칙적으로 정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하나고가 남녀 학생을 절반씩 뽑아서 가르치겠다고 결정하면 그대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하나고의 남녀 성비조정은 사립학교의 건학이념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결정인 것이지 조작이나 비리가 아니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그러한 학교 측의 방침을 수험생들에게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비리나 성적조작과는 다른 문제여서 별도로 논의해야 할 사인인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숨기는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남녀성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성적순위를 바꾸었다든지 특정 개인을 합격시키기 위한 점수 조작이 있었다면 큰 문제이겠으나, 단순히 남녀학생 선발 인원을 맞추기 위한 조정이었다면 이를 사전에 공지하지 아니한 행정적인 미숙에 대해 개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침 하나고는 2016년도 학생 선발시 남녀 인원을 동수로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미 개선된 것이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