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역 중소기업들의 대출을 책임지는 지방은행권이 최근 연체율 급증으로 건전성 위기에 놓였다. 장기화되는 고금리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상환여력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여기에 지방 부동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은행들의 건전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평가받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JB전북)의 올해 1분기 평균 총대출 연체율은 0.79%로 지난해 동기 0.57% 대비 약 0.22%포인트(p) 급등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0.63%에 견줘도 약 0.16%p 상승한 수치다. 

은행별로 JB전북은행이 1.56%로 집계돼 주요 은행 중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1분기 1.19%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약 0.37%p 급등했다. 이어 광주은행이 지난해 1분기 0.46%에서 0.21%p 상승한 0.67%까지 치솟았다. 

DGB대구은행은 0.54%에서 0.10%p 상승한 0.64%로 집계됐다. 

뒤이어 BNK부산은행이 0.33%에서 0.29%p 오른 0.62%를 기록했다. 계열 은행인 BNK경남은행은 0.33%에서 0.12% 상승한 0.45%에 그쳐 주요 비교군 중 가장 낮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다섯 은행 모두 연체율 급등에도 불구, 총대출액은 늘어난 상태다. 대구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렸는데, 지난해 1분기 50조 5244억원에서 10.0% 확대한 55조 5744억원을 기록했다. 

그 외 부산은행이 55조 6884억원에서 5.8% 늘린 58조 9432억원, 경남은행이 37조 8408억원에서 5.6% 확대한 39조 974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7.4% 늘린 23조 2199억원, 전북은행은 1.3% 늘린 17조 57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가계대출을 압도하는 기업대출 잔액만 놓고 보면 다섯 은행 모두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 부산은행이 36조 9825억원에서 3.1% 늘어난 38조 1277억원, 경남은행이 25조 1998억원에서 7.1% 불어난 27조 2억원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은 33조 589억원에서 8.2% 늘린 35조 7670억원으로 집계됐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도 각각 9.2% 9.8% 늘린 13조 8654억원, 9조 93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방은행이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들의 대출을 책임지는 까닭이다. 해당 제도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자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1964년 도입됐는데, 은행의 원화대출 증가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공급해야 한다.

1997년 7월부터 지방은행 60%, 시중은행 45%를 '쿼터'로 적용하다가, 지방은행권의 연체율 상승 및 대손충당금 적립 문제로 지난해 7월부터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동일하게 50%로 일원화됐다. 

지방은행권의 건전성 관리는 당분간 최우선 과제로 꼽힐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부산은행의 원화대출금은 비제조업 52.6%, 가계자금 32.7%, 제조업 14.7% 등으로 비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특히 비제조업에서 부동산 22.1%, 도소매업 8.3%, 음식·숙박업 4.7%, 건설업 3.9% 등 대부분 경기민감 업종이 차지하고 있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이들 기업의 상환여력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대구은행도 기업대출 비중이 총대출액의 61.2%를 차지하는데, 제조업 18.3%에 이어 부동산 14.2%, 도소매업 7.1%, 음식·숙박업 6.3% 등 비제조업 비중이 높아 부실화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아파트가 누적되는 점도 문제다. DGB금융이 집계한 통계치에 따르면 대구지역 미분양아파트 수는 2022년 4분기부터 매분기 1만호 이상 쌓여 있다. 지난해 4분기 미분양아파트 수는 1만 245호에 달했다.

이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채권을 정리하는 한편, 대손충당금 적립도 늘리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1분기 상·매각 대출채권 규모는 376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335억원보다 약 61% 급증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지난해 1분기 대비 32% 늘린 2801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