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강원도서 시작해 국가 전체로 이어져야
아직도 높은 벽…상속세가 부자 감세? “말도 안 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오는 29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감세를 포함한 기업 규제 완화와 관련된 법안 대부분이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특히 재계의 기대를 모았던 ‘상속세 완화’의 경우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중앙 정부에서는 상속세 완화에 대한 논의가 물 건너 간 상태지만, 되레 지방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신호탄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쏘아 올렸다. 자치권 확보를 통해 주어진 특례를 활용해 ‘기업상속세제 개편’ 도입을 예고하면서부터다.

   
▲ 강원연구원은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상속세 개혁, 강원특별자치도 특례를 활용하자’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황병관 강원도청 팀장,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유상범 국회의원, 김영식 국회의원,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임재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 /사진=미디어펜


강원연구원은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상속세 개혁, 강원특별자치도 특례를 활용하자’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기업상속세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기업은 세대를 이어 연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을 상속하기 위해 60%의 세율을 매기게 되면, 기업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원도에서 시작한 기업상속세 폐지는 연쇄적으로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라며 “현재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규제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벗어나 기업천국인 텍사스주로 이전하고 있다. 강원도 역시 텍사스처럼 될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 상속세 완화 효과 분명…지역 간 정책 경쟁 통해 국가 전체로 이어져야

기업상속세 개혁이 가져오는 경제적 이점은 분명하다. 강원도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기업상속세제 개편을 통한 효과가 강원도에서 확인되면,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상속세제 개편이 확대되고, 국가 전체 차원의 제도개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임재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기업상속세제 개편의 경제적 효과: 강원지역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아 기업상속세 폐지가 실현될 경우, △강원지역의 민간투자가 증대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이 2022년 대비 8.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민간 투자 증대로 인해 중견기업 30개, 중소기업(제조업) 613개, 중소기업(서비스업) 1830개의 유입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고용 효과 역시 크게 늘 것으로 분석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특례를 활용해 기업상속세제 개편을 위한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임 연구위원은 “강원도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토대로 한 기업유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자치권 확보를 통해 주어진 특례를 활용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 발 목 잡는 상속세…대 끊길라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율이 50%에 이른다. 여기에다 대기업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는 20%의 할증이 붙어, 대기업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최대 60%의 상속세율을 납부해야 한다. 

때문에 기업에 부과하는 높은 세율은 민간투자규모의 축소로 이어져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무역협회가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중소기업인 799명 중 93.6%가 상속세 등의 문제로 가업 승계 대신 매각이나 폐업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세 기업인이 별세한 삼성, LG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 역시 3세들이 주식을 매각하는 등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상속세율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업들의 다음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기업승계가 원활이 이뤄지지 못해 기업이 매각 또는 폐업되는 경우 국민경제 차원에서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산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 등 무형의 자산이 소멸된다”며 “기업 승계 시 얻을 수 있는 매출과 자산 가치 증가, 고용창출, 세수 기여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 아직도 높은 벽…상속세가 부자 감세? “말도 안 돼”

그럼에도 기업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하다. 기업상속세제 개편을 포함한 세금 완화가 소수 부자들을 위한 ‘부자감세’라는 시선이 대표적이다. 야권 역시 상속세 완화를 포함한 감세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부자 감세’라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스웨덴, 체코 등 유럽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많은 연구 결과가 상속세 감면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이 제도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우철 교수는 “기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투자와 고용, 기술을 보호하고 유지해주는 일종의 재창업과 같은 행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기업상속세제의 개편을 위해서는 이러한 상속세제 개편이 특정 기업 또는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가경제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개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속세제 개편이 입법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관심이 중요하다”며 “기업상속세제 개편이 부자 감세, 부의 세습 지원 등이 아니라 결국 국가 경제와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세 폐지의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나, 지난 2004년 실제 상속세를 폐지한 스웨덴 등 여러 국가에서 확인되고 있어서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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