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안전해체 위한 계통제염 시작돼
내년께 본격적인 원전해체 작업 진행될 전망
기술력 갖춘 두산에너빌리티 수주 가능성 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국내 첫 상업 원전인 ‘고리1호기’의 해체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업체 중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1978년 4월 부산 기장군에서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국 첫 원전 고리1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날 '고리1호기 해체 제염 착수 기념식'을 열고 국내 최초로 고리1호기의 '제염'(除染) 작업에 착수했다. 제염은 원전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는 작업이다.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자로 냉각재 계통(시스템) 등에 화학약품을 주입해 방사능 농도를 3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계통 제염을 완료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한수원은 오는 9월까지 이 작업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해체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이후 입찰공고를 통해 참여 업체를 선정, 방사능 오염도가 낮은 곳부터 시작해 높은 곳 순으로 해체·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업체 중 수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지난해 말 열린 '원전해체 비즈니스포럼'에서 두산에너빌리티 김창규 원전해체기술개발사업팀 수석은 "한수원, 한전KPS와 함께 원자로 해체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어 "이를 고리1호기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월성1호기에 대한 해체공정과 해체장비에 대한 개념설계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원자로 등 고선량 구역에서 원격기기를 이용해 유지보수하는 기술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해체 분야의 선두주자다. 독일 짐펠캄프와의 기술 및 사업 협력을 비롯,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 국내 주요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필수적인 해체 관련 기술을 대거 확보한 상태다.

'고리 1호기'에 이어 '월성 1호기'의 수주도 점쳐 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압중수로(PHWR) 방식 '월성1호기'의 핵심기기인 칼란드리아(밀폐형 원자료용기), 핵연료채널집합체 등을 해체하기 위해 한수원 용역으로 한전KPS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오는 9일과 14일 월성원전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향후 주민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한 최종해체계획서와 공청회 결과 등을 연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월성1호기'의 경우 세계 최초 상업용 가압중수로 해체 사례가 될 전망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를 따낸다면 세계 무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미국 경제분석컨설팅사 베이츠화이트(Bates White)는 세계 원전해체 시장이 2030년까지 123조원, 2031∼2050년까지 204조원, 2051년 이후 222조원 등 총 5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 3월 기준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42기, 영구정지 원전은 187기이며 이 중 21기만 해체가 완료됐다. 미국 16기, 독일 3기, 일본과 스위스 각각 1기 원전해체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리1호기’의 해체 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수혜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어떤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원전해체는 약 10년 정도의 긴 기간 이뤄지는 데다 아직 정확한 수주 금액도 알 수 없어 두산에너빌리티의 향후 실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지 미지수"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춰가는 과정으로 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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