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청취" 내세웠지만 "검찰 등 사정기관 장악 우려" 커
윤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속 '역할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통령실 내 민정수석실을 부활하고 신임 민정수석으로 김주현(63·사법연수원 18기)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야권 내부에서 민심 청취보단 사정 기관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에 가깝단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야권의 '특검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김 신임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을 두고 '왕수석을 통한 자신 및 자신 일가 사법리스크 관리'란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김 민정수석 임명을 발표하며 민심 청취 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대선 공약을 번복하고 민정수석실을 부활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폐지) 기조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는데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모든 정권에서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인데 민정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도 고심을 했고 복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정수석은 '민심'과 '정보'를 수집해 대통령에게 전하는 역할로 알려져 있지만, 역대 정권에서 이른바 '왕수석'으로 불리며 대통령의 최측근이 임명돼 사정기관을 장악했단 혹평을 받아왔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 문재인 정부 시절엔 조국 민정수석 등이 사실상 대통령실(옛 청와대) 내부 실권을 장악했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주요인사들은 8일 윤 대통령의 민정수석실 부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은 고유하게 원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인사권에 정보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공직들은 장악이 가능하다"며 "검사를 임명하거나 할 때 최종 결정은 대통령실에서 하는데 걱정되는 게 '대통령실 차원에서 (인물 관련) 캐비닛이 구축되는 것이 아닌가'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등 자신 및 자신의 일가를 둘러싼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 것과 관련해 "(민정수석 임명은) 각종 사법리스크 대응용"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가 5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임 검찰총장은 부활시킨 민정수석실을 통해 지휘·통제하겠단 정치적 의도 아닌가"라며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세상이 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고 속을 것이라고 아직도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정수석실 부활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검찰 장악의 포석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자신에 SNS엔 "김 민정수석은 예정되는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 인사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고 후보자들이 검찰 대선배 앞에 머리를 조아릴 것"이라며 "야권 선거법 수사, 공안 사건 수사 등에서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민정수석실이 갖는 공직사정 임무도 거칠게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심청취를 하려면 야당 대표를 자주 만나거나 '도어 스태핑'을 재개하고 기자회견을 수시로 하면 될 일"이라며 "결국 민심청취가 아니라 '검심(檢心)'을 청취하려고 무리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렸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기존 비서실장 직속에서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되는 신임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것 역시 야권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 상황이다.

반면, 지난 6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의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6.7%를 기록할 만큼 국정 주도권이 민주당 등 야권에 넘어온 상황에서 야권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금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국회를 견제하고 야당을 수사할 정도로 힘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민정수석이 '왕수석'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상당히 높아야 하는데 지지율을 보면 완전히 국정동력을 상실한 상태라서 '왕수석' 역할을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5~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무선·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6.4%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