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ed 금리인하 연기에 투자성 자금 '은행 곳간'행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 대기자금이 0%대 금리에도 불구 은행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미루면서 주식·가상자산 등의 자산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갈 길 잃은 대기자금이 대거 은행 금고로 몰리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 포함) 잔액은 616조 3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인 올해 1월 말 590조 7120억원 대비 약 25조 6251억원 급증한 수치다. 

   
▲ 시중 대기자금이 0%대 금리에도 불구 은행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요구불예금은 3월 말 한때 647조 8882억원까지 치솟았는데, 지난달 HD현대마린솔루션을 포함한 대형 공모주의 기업공개(IPO) 청약 열풍에 힘입어 증거금 등 총 31조 5511억원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 증거금에 활용된 자금은 약 25조원으로 추산되는데, '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의 청약자금이 지난달 30일 환불된 만큼 이달 잔고는 다시 불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의 파킹통장 상품을 내놓으며 모객에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최고 연 3.4%의 금리를 자랑하는 '일복리저축예금(MMDA)'을 판매 중이다. 파킹통장 상품으로, 신규 고객이라면 최장 60일간 매일 잔액에 최고 연 3.4%의 금리가 적용된다.

Sh수협은행도 최고 3.0%의 금리를 자랑하는 'Sh매일받는통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입출금통장 첫거래 고객이 마케팅 동의 등 조건을 충족하면 1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금액에 6개월간 최고 연 3.0%가 적용된다.

그 외 인터넷은행의 경우, 케이뱅크 '플러스박스'가 연 2.30%,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와 토스뱅크 '토스뱅크통장'가 각각 연 2.0%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우대조건을 갖추지 않아도 2% 이자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요구불예금 흥행에도 불구, 역설적으로 정기예금을 찾는 금융소비자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872조 8820억원으로 전달 873조 3761억원 대비 약 4941억원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세인데, 2월 886조 7369억원과 비교하면 약 13조 3681억원이나 급감한 셈이다.

정기예금 이탈 현상은 은행권의 예금 금리가 지속 하락한 까닭이다. 3월부터 금리 하락세가 두드러졌는데, 지난 8일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상단은 연 3.50~3.60%에 그쳤다. 지난해 말 연 3.90~3.95% 대비 약 0.35~0.40%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금리 우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으로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은행 예금금리도 낮아지고 있다"며 "주식·가상자산 등 자산시장도 침체를 보이고 있는데, 투자성 자금이 당분간 요구불예금에 묶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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