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3년반 만에 국내총생산(GDP)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부채는 GDP의 1.2배를 넘어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들이 가계대출보다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대출에서 성장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로 분석된다.
|
|
|
▲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3년반 만에 국내총생산(GDP) 아래로 떨어졌다./사진=김상문 기자 |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98.9%였다. 이어 홍콩(92.5%), 태국(91.8%), 영국(78.1%), 미국(71.8%) 순이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면 한 나라의 경제 규모보다 빚이 더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을 기록해 왔으나, 2020년 3분기(100.5%) 100%를 넘어선 뒤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6.6%포인트, 1년 전보다는 2.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분기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갔지만, 부채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는 임계치(80%)를 크게 상회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초과할 경우 중장기뿐만 아니라 단기 시계에서도 성장세가 둔화되고 경기침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기업부채는 1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3.0%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261%), 중국(170.6%), 싱가포르(127.2%) 세 곳뿐이다.
기업부채가 꺾이지 않는 것은 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자 은행들이 규제가 다소 자유로운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한 데 따른 풍선효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 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98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6000억원 줄었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1272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0조 4000억원 늘었다. 이는 3월 기준 2020년 3월(18조7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경기상황에 민감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고 있어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월(0.5%)보다 0.09%포인트, 전년 동기(0.39%)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로 전월(0.6%)대비 0.1%포인트 올랐고, 전년 동기(0.47%) 대비 0.23%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중소법인 연체율이 0.76%로 전년 동기(052%)대비 0.24%포인트 올라 기업대출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손실 흡수 능력이 과거보다 개선돼 현재 연체율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는 하나 고금리 장기화 속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체율이나 부실 채권 비율이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