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쿠팡이 올해 1분기 적자를 내면서, 알리·테무 등 C커머스(China+이커머스)들의 공세에 흔들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은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적 마케팅을 방어의 최선책으로 삼는다. 혜택과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를 사로잡는 전략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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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 제공 |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흑자 이후 7분기 만인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적자전환 했다. 업계는 초저가를 내세운 중국 플랫폼들의 공습에 국내 1위 쿠팡마저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 8일(한국시간)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면서 “최고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로 매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의장이 ‘중국 커머스’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알리·테무가 한국 유통기업들의 실적에 잠재적 위험요소임이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김 의장은 대대적인 투자계획도 함께 밝혔다. 또 한 번의 ‘계획된 적자’를 통해 C커머스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쿠팡은 무료배송·반품, 할인쿠폰 제공 등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를 지난해 30억 달러(약 4조원)에서 올해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한국산 제품 구매·판매액을 지난해 130억 달러(약 17조 원)에서 올해 160억 달러(약 22조 원)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
최저가 경쟁보다는 제품 품질을 끌어올려 C커머스와 확실히 차별화 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 올린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더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쿠팡에 따르면 올 1분기 적자에는 ‘파페치’에서 발생한 손실이 포함됐다. 파페치(Farfetch)는 지난해 쿠팡이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들여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이다. 파페치는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한국으로 직배송도 해준다. 파페치를 통해 쿠팡의 글로벌 사업 확장은 물론, 취약한 명품 카테고리 강화까지 다방면에서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도 8조6269억 원(64억94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15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 늘어났다.
반면 중국 플랫폼들은 품질 등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오픈발’이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1000여 명에서 지난 달 858만9000여 명으로 28만2000여 명(-3.2%) 줄었다. 테무 이용자도 829만6000여 명에서 823만8000여명으로 5만7000여 명(-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쿠팡 이용자 수는 3090만8000여 명으로 전월 대비 0.13% 늘었다. 지난 달 13일부터 신규 회원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는데도 회원 수가 늘었다.
중국 플랫폼들은 거래액 규모도 국내 업체들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
1분기 기준 국내 업체 결제 추정 금액은 쿠팡이 12조703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옥션 포함)이 3조5548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11번가(2조631억 원), 티몬(1조8435억 원), 위메프(7736억 원) 등의 순이다.
해당 기간 알리익스프레스 결제 추정 금액은 8196억 원, 테무는 911억 원이다. ‘
결제 추정 금맥만 놓고 보면, 쿠팡과 G마켓 11번가 티몬 등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기심에 일회성으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이용하더라도, 유해 물질 검출 등 품질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가격만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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