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잘나가면 시기하고 견제하는 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K-방산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K-방산은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에 2조6000억 원의 대규모 수출을 계약을 따낸 뒤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2020년까지는 연간 30억 달러 수준에 그쳤던 방산 수출 규모는 2021년 70억 달러로 늘어나더니 2022년 173억 달러, 2023년 135억 달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는 200억 달러를 목표로 제시할 만큼 K-방산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러나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견제하는 곳도 나타났다. 먼저 EU(유럽연합)에서 K-방산 확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90대, K2 전차 1000대, 경공격기 FA-50 48대를 판매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1차 실행계약으로  K-9 자주포 212문, K-2 전차 180대, FA-50 경공격기 48대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는데 계약 규모만 17조 원에 달했다. 

아직도 폴란드와 기본계약 체결 물량이 남아있는 상태지만 EU에서는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EU 내에서 지출하라’고 지침을 내리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들이고 추진했던 영국의 차기 자주포 사업 수주에 실패하기도 했다. 

   
▲ 폴란드형 천무 호마르-K에서 사거리 290km급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일본도 K-방산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무기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하지만 분쟁지역에 직접 무기를 수출하는 게 가능하도록 지침을 변경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K-방산이 잘나가면서 일본을 자극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실제로 무기 수출이 가능해지면 우리나라 방산업계와의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K-방산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포착된 만큼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당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른 것은 금융지원 문제다. K-방산은 수출이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금융지원은 이를 소화하기에 역부족인 상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기존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확대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아직 기획재정부의 자본은 투입되지 않았다. 또 법정자본금 증액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번에 실제 출자되는 금액도 2조 원 수준으로 폴란드의 금융지원 요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국내 시중은행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나왔으나 폴란드는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방산업계 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금융지원 문제를 헤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152문 수출 계약은 오는 6월까지 금융지원 해결책을 마련해야 계약이 성사된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820대로 남아있는 상태인데 현재와 같이 금융지원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계약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K-방산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방산 계약에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신뢰에 기반해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폴란드에서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을 원하는 것 역시 신뢰성 문제다. 결국 정부에서도 방산업계와 합을 맞춰 지원하고, 수출 계약에서도 견인차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부가 세계 4대 방산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만큼 이에 걸맞 지원이 필요할 때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