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국내주식 거래시간이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동안으로 연장될 전망이다. 주식 매매·중개 기능을 갖춘 대체거래소(ATS)를 통해 한국거래소(KRX)의 증권거래 독점 체제가 약 70년 만에 종식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일어날 변화에 대해 투자자들은 물론 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주식 투자의 패러다임이 상당 부분 변경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독점구조를 깨고 드디어 출범하는 ATS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투자의 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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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ATS 운영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했다./사진=금융위원회 |
지난 9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넥스트레이드 등 유관기관은 서울 여의도동 금투협에서 ATS 운영방안 세미나를 열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있을 변화의 청사진을 예고했다.
우선 거래시간의 변경이 눈에 띈다. 평일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직장인들의 경우 근무시간 중에 투자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퇴근시간 이후에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ATS 준비법인인 넥스트레이드는 작년 7월 예비인가를 받아 현재 대체거래소 출범을 준비 중이다. 당국은 올해 하반기 중 관련 자본법과 시행령·규정 등을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올 4분기 본인가를 신청해 내년 상반기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ATS를 통해 유동성이 높은 800여개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거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허용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심지어 조각투자 형태의 투자계약증권과 토큰증권(ST) 등도 ATS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시간 문제로 다시 돌아가면, ATS는 오전 8~9시를 개장전시장(프리마켓), 오후 3시30분~8시를 애프터마켓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KRX)의 단일가매매 시간인 오전 8시30분~오전 9시, 오후 3시20분~오후3시30분에도 ATS를 통하면 즉시 매매를 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 정규장 개장 전 10분간은 ATS 프리마켓을 일시 중단해 KRX 시가 예상체결가만 표출시켜 시세조종을 방지한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선 ATS와 KRX 모두에 적용될 예정인 새 호가유형 두 가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KRX는 ATS 출범 시기에 맞춰 새 호가 유형을 도입할 예정이다.
ATS와 KRX는 최우선 매도·매수 호가의 중간가격에 주문이 체결되고, 가격이 자동조정되는 중간가호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각 거래소는 중간가호가의 주문수량과 예상중간가격을 표출해 투자자에게 호가 정보를 제공한다. 금융당국은 중간가호가 유형이 도입되면 매매체결 가능성이 높으면서 가격이 유리하도록 유동적으로 조정되는 호가를 낼 수 있고, 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톱지정가호가 유형도 도입되는데, 이는 시장가격이 투자자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 수준에 도달하면 지정가로 주문이 나가는 방식이다.
한편 ATS는 KRX의 주식 매매·중개 기능만 대체한다. 상장심사, 청산, 시장감시 등의 기능은 없다. 이로 인해 거래정지·써킷브레이커·사이드카 등 시장안정조치는 KRX를 기준으로 하며, KRX의 결정을 ATS에 실시간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두 기관이 경쟁과 협조체제를 동시에 가져가는 셈이다. ATS의 시장감시·청산도 KRX가 수행한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70여년 만에 한국거래소의 독점구조가 깨진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거래소간 수수료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 편익도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