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전경/사진=홈플러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토종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손에 넣으면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쟁쟁한 해외 사모펀드를 물리쳤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과 자본시장이 그만큼 성장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당장 노조의 반발과 테스코 철수 과정에서 불거진 과도한 국부유출 논란이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일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해외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약 60억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비입찰의 커트라인으로 알려진 6조7000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LG카드 인수가격인 6조6765억원보다도 5000억원 정도 많다. 국내 M&A 역사상 최고가다.

인수금액이 예상보다 커져 영국 테스코가 수조원대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부유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스코는 지난 1999년 4월 삼성물산과 합작사를 설립한 뒤 8113억 원을 투자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15년여에 걸쳐 1조5000억원 홈플러스 회사채에 대한 이자 수익과 배당, 로열티 등 명목으로 이미 투자 원금에 가까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테스코가 처음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 2조5000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이번 매각으로) 5조원가량의 막대한 차익을 얻고 나갔다"고 지적했다.  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스타타워 등을 팔아 남긴 차익(약 5조원)과 비슷하거나 많은 규모다.

이번 매각과정에서 테스코에 1조3000억원대의 선배당금을 마련하기 위해 홈플러스의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했던 것에 대해서도 ‘먹튀 조력자’라는 비판이 팽배한 상황이다.

선배당을 하면 인수자 측은 배당금만큼 인수금액을 낮게 써 낼 수 있어 자금 부담을 덜 수 있고, 테스코 입장에선 매각 금액이 낮아지면서 양도차익에 붙는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세금회피 논란과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악화 등을 우려하는 여론이 커졌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 2월말 현재 보유 현금이 264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테스코의 선배당을 철회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MBK파트너스에 투자한 국민연금도 역시 '국민의 세금을 먹튀회사에 안겨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MBK 측이 2년 동안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과 더불어 임직원 전원을 고용승계하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홈플러스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홈플러스 노조는 8일부터 전국 40여개 점포에서 조합원 1500여명이 참석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MBK의 부인에도 인수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차익을 얻는 펀드의 속성상 홈플러스의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MBK는 앞서 ING생명, 케이블 업체인 C&M 인수 때도 당초 고용 보장 약속과 달리 결국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가격을 올린 뒤 분할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구조조정은 안 하겠지만 영업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섭 대표 역시 "매각 계약서를 보면 ‘임직원들의 구조조정 문제는 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들어 있으나, 과거 유사 사례를 봤을 때 틀림없이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산 이유는 당연히 이 회사를 사서 나중에 더 기업 가치를 불려서 되팔겠다는 의사로 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