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틀에 박힌 악역은 아니었다. 배우 박영운은 '세 번째 결혼' 속 '짠한 악역'으로 보기 드문 양가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밉지만 밉지 않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말이 꼭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박영운은 최근 미디어펜과 만나 "원래는 왕지훈이 빌런의 끝판왕이었다. 왕요한(윤선우 분)과 갈등이 생기면서 대립하는 게 제가 생각했던 시나리오였는데 어느 날부터 (왕)지훈이가 착해지기 시작했다"며 "중반부부터 캐릭터의 인간적이고 여린 모습이 더해지면서 변화가 있었다. 강세란(오세영 분) 만큼 나쁘게 나오면 임팩트가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착한 지훈이도 좋았다"고 말했다. 

   
▲ 배우 박영운. /사진=마스크스튜디오 제공


왕지훈은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 정다정(오승아 분)을 새어머니로 맞이했다가, 결국 사촌 형에게 빼앗기는 비운의 인물이다. 철 없던 시절 저지른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아이를 죽이고, 이를 약점 잡혀 아버지로부터 강세란(오세영 분)과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 받기도 했다. 

왕지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지만 자신의 죄에 대한 죄책감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바보처럼 자꾸만 믿음을 던지는 여리고 순수한 인물이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박영운은 "왕지훈은 음주운전으로 아이를 친 뒤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마음이 많이 여린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다"며 "지훈이가 집 지하 와인창고에서 죄책감과 두려움, 괴로움을 느끼는 장면이 있었다. 아버지가 대타를 구해준다고 해도 자수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때부터 새로운 지훈이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그가 왕지훈 역으로 낙점된 건 아니었다. 박영운은 "총 4번 정도의 오디션을 봤다. 세 번째 오디션 때는 '안 될 것 같은데 왜 자꾸 부르실까'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 네 번째 때는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다"며 "처음엔 백상철(문지후 분)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두 번은 백상철로, 맨 마지막엔 왕지훈 역으로 연기했다. 감독님이 상철이와 지훈이를 두고 제 캐스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결국 제 외모, 말투, 억양이 지훈이에 더 가까워서 캐스팅을 확정했다고 하셨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영운은 '세 번째 결혼'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70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더 망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제가 준비한 부분은 잘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우 박영운. /사진=마스크스튜디오 제공

 
1990년 생인 그는 이제 막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결혼'이 그 토대가 돼 줬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 뒤늦게 매체에 입성했다. 2022년부터 '배드걸프렌드', '팬레터를 보내주세요', '밥만 잘 사주는 이상한 이사님', '대행사', '더 패뷸러스', '브랜딩 인 성수동', 영화 '죽어도 되는 아이'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어쩌면 조금 늦은 나이일 수 있지만 "조급하진 않다"던 박영운. 그는 "조급하다고 느꼈다면 포기했을 거다. 저는 남들보다 연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노력해서 어디까지 올라갈지 보고 싶다. OTT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신선한 배우를 찾는 감독님들도 더 많아졌다. 그래서 끝까지 연기하며 기회를 노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운은 배우로서 자신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 '눈'을 꼽았다. 그는 "콤플렉스였던 눈이 제 매력이 됐다. 감독님들 미팅에 가면 늘 '눈이 장점이다'고 말해주셨다. 결국 제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눈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롤모델은 배우 주지훈이다. 그는 영화 '암수살인'과 '극한직업'을 예로 들면서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 역을 꼭 해보고 싶다"며 "혹은 이병헌 감독님 특유의 재치있고 코믹한 작품에서 연기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로맨스에 대한 욕심도 없지 않다. 박영운은 "배우 신혜선 씨와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연기를 너무 잘 한다. 그 분은 작품에서 정말 상대 배우와 연애하는 것처럼 연기한다. 감정들이 사실적으로 보여서 함께 연기하면 배울 게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언제나 "후회없이 노력한다"던 박영운. 그의 최종 목표는 '호기심 가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좋은 작품에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재차 드러냈다. 

"연기는 일상을 현장으로 옮기는 일이라 생각해요. 인형뽑기라 생각하면 일상의 장면을 그대로 들어서 매체에 툭 던져 두는 거죠. 보는 사람도 어색하지 않게 말이에요. 그렇게 자꾸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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