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전기차·배터리 20%대 성장…AL 시장 성장률과 유사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이론을 적용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배터리 시장 위기론이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규모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4%, 22%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2017년 이후로 각각 연평균 45%, 51%씩 초고속 성장을 해 온 점에 비춰보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현상을 시장 축소가 아닌 정상적인 성장 속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여전히 두 자릿수 규모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의 성장률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AI 시장의 성장률과도 유사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AI 시장이 지난해 459억 달러에서 2027년 1253억 달러로 연평균 22.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현대차가 자사 승용 전기차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픽업앤충전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사진=현대차 제공


업계에서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중장기 성장이 유효하다고 전망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일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후 변화 등이 퇴조되고, 경제적으로 더 효과가 있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그렇다고 전기차를 영원히 안 하고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제품 수용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인 기술수용모형을 보면 이론적으로 캐즘 이후에는 전체 시장에서 64%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요가 발생한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에 따라 전기차 대중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31개 국가에서 순수 전기차 신차 판매 비율이 '티핑 포인트'인 5%를 웃돌았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1210억 달러 규모였던 이차전지 시장은 2030년까지 4000억 달러로 3.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캐즘 위기론에서 벗어나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대중화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어렵지만 우리는 한 마리 토끼가 아닌 최소 대여섯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온의 경우 2019년부터 5년간 생산 규모가 연평균 109%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도 매년 90%씩 늘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투자 규모는 총 23조 원을 웃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당초 밝힌 10조 원에서 소폭 줄일 방침이지만,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7조5000억 원과 6조 원 안팎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도 3사 합산 투자 규모는 20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 미시간 단독 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1·2공장을 운영 중이며, GM 합작 3공장과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북미에서 조지아 1·2 단독공장을 가동 중이며, 포드와 합작 투자 중인 블루오벌SK 3개 공장에서는 2025년 이후 순차적으로 최대 127GWh(기가와트시)까지 생산 규모를 확보할 전망이다. 현대차와의 35GWh 북미 합작공장도 내년 가동 예정이다. 또 삼성SDI도 내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는 등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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