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ELS·부동산PF '부진'…인뱅 대환대출 '호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올해 1분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은행 모두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가 본격화되면서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궁극적으로 순이익 증대로 이어진 모습이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 지역 중소기업 부실 및 부동산 경기 악화에 신음하는 지방은행과 대조적이다.
 
   
▲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올 1분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은행 모두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가 본격화되면서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궁극적으로 순이익 증대로 이어진 모습이다./사진=각사 제공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권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 1위 카뱅은 올해 1분기 111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1019억원 대비 약 9.1% 증가했다. 카뱅 관계자는 "지속적인 고객 유입 및 트래픽 확대를 기반으로 수신과 여신 그리고 수수료 및 플랫폼 수익 등 전 부문의 고른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케뱅도 올해 1분기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이익을 시현했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104억원에 그쳤는데 이에 견주면 약 5배 불어난 수치다. 케뱅은 1분기 실적 호조에 대해 "80만명의 신규 고객이 몰리며 영업 저변이 확대된 가운데, 수신과 여신 모두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간 것이 분기 최대 실적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은행의 실적 장세는 정부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이 본격 개시하면서 큰 수혜를 입은 모습이다. 무점포·모바일뱅킹 기반의 두 은행이 경쟁력 있는 금리와 편리한 대출과정으로 대출 갈아타기(대환) 목적의 고객을 대거 흡수한 것이다.

카뱅의 1분기 말 여신잔액은 41조 3000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약 2조 6000억원 늘었다. 세부적으로 주담대 잔액이 전년 말 9조 1000억원에서 올 1분기 11조 8000억원으로 3개월 새 약 2조 7000억원 늘었고, 전월세대출도 12조 2000억원에서 12조 4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 늘었다.

대환 목적의 고객 자산이 크게 늘어난 덕분인데, 대표적으로 주담대 신규 취급액의 약 62%가 대환 목적으로 실행됐다. 지난해 신규 취급액의 약 50%가 대환 목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전월세보증금대출도 대환 비중이 45%를 점유했다. 

케뱅도 대환대출을 통한 대출자산 확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케뱅의 1분기 말 여신잔액은 14조 76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3조 8400억원 대비 6.6% 불어났다.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신규 대출이 대거 늘어났는데, 1분기 기준 아파트담보대출 잔액은 1조원, 전세대출 잔액은 3000억원 가량 각각 늘었다. 특히 아담대의 경우 전체 신규 대출 중 67%가 대환대출로 집행됐다. 그 외 개인사업자대출(신용·보증)과 중저신용자대출이 늘어난 점도 순이익 증대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두 은행의 행보는 전통 은행권인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과 상반된다. 5대 시중은행은 올 1분기 홍콩ELS 사태에 다른 충당부채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환산손실 등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신한은행이 0.3% 줄어든 9286억원, 하나은행이 13.1% 감소한 8432억원, 우리은행이 8.4% 감소한 7897억원, NH농협은행이 37.3% 후퇴한 4215억원, KB국민은행이 58.2% 급감한 389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방은행의 경우 고금리 여파에 따른 지역 부동산 경기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맏형인 BNK부산은행이 올해 1분기 125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453억원 대비 13.8% 감소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DGB대구은행도 1278억원에서 6.5% 줄어든 1195억원에 그쳤다. 그 외 BNK경남은행이 1012억원의 순이익으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고, JB금융의 은행부문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소폭 성장한 733억원 563억원을 거뒀다.  

문제는 카뱅의 순이익이 이미 일부 지방은행을 앞지렀다는 점이다. 카뱅 순이익은 이미 경남·광주·전북 은행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산·대구 은행과의 격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카뱅이 지방은행 다섯 곳을 모두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인터넷은행의 행보도 긍정적이다. 실적장세를 이끈 대환대출의 경우, 지난달부터 차주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이뤄져 이미 근저당권 설정이 완료된 아파트 잔금대출도 대환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전세대출 갈아타기도 전세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차주들이 경쟁력있는 금리에 대거 몰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올해부터 무리하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평균 잔액 30% 이상'으로 수정했는데, 지난해까지 적용된 '말기 잔액 대출 목표 비중'보다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력이 짧은 인터넷은행을 전통 은행권과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이 모바일 기반으로 경쟁력있는 금리를 제공하면서 전 연령층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데, 지방은행이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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