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에 미래창조과학부 출신 인사가 내정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공공기관도 아닌 금융투자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 대해 정부가 인사에 공공연히 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미래부가 힘겨루기를 통해 서로 출신인사를 넣으려고 힘겨루기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투협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공석인 자율규제위원장에 김준호 전 미래부 우정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금투협은 조만간 총회를 열어 김 전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공식 임명할 예정이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7월 퇴임 후 정부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요청해 최근 취업가능 결정을 받아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상태다.

자율규제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인가와 등록, 영업허가 업무 등을 자율규제 형태로 위임받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 회원사들에게는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지난 2009년 신설됐고 임기는 3년이다. 올 2월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박원호 위원장 퇴임 후 공석이 되면서 기존 상근직에서 비상근직 체제로 운영돼 왔다. 박 전 위원장의 연봉은 3억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보수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 자리를 정부 입김으로 낙하산 인사가 차지한다는 점. 박 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과 금융투자서비스국장, 기업공시본부장(부원장보), 시장담당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자율규제위원회 업무가 ‘감독’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박 전 위원장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관피아’ 논란은 피할 수 없었고 금투협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황영기 회장 취임 이후 자율규제위원장 자리를 비상근으로 전환하면서 금투협은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런데 이번에 김 전 본부장이 신임 자율규제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정부가 금투협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모두 침해하면서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과 보험 업무만 취급하는 우정사업본부 출신인 김 본부장이 업계에 대한 고도의 이해가 필요한 자율규제위원장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금융당국은 금감원 전 부원장 등 금융당국 출신 고위 인사를, 미래부 등 정부부처는 소속 부처 출신 퇴직 인사를 적극 추천하면서 힘겨루기를 벌여 금투협이 눈치를 보느라 신임 위원장 선임이 7개월가량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은 ‘규제산업’인 만큼 금투협은 정부나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방문판매법 개정안 통과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금투협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단체 인사에 번번이 정부가 개입해 씁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