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1분기 순익 68%↓…건전성 개선도 숙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에 입점한 외국계은행이 올해 1분기 급격한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액을 반영하면서 60%대의 순이익 급감을 기록했고, 한국씨티은행은 정부의 민생금융지원에 부응하면서 10%대의 순이익 후퇴가 불가피했다. 다만 이자·비이자 등 영업수익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이 올해 1분기 두 자릿수의 순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에 입점한 외국계은행이 올 1분기 급격한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액을 반영하면서 60%대의 순이익 급감을 기록했고, 한국씨티은행은 정부의 민생금융지원에 부응하면서 10%대의 순이익 후퇴가 불가피했다. 다만 이자·비이자 등 영업수익은 성장세를 이어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국씨티은행


실적 부진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SC제일은행으로, 1분기 4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1265억원에 견주면 약 67.8%(857억원) 급감한 실적이다. 이는 홍콩ELS 판매에 따른 상품 투자자 대상 배상추정액 약 1329억원을 1분기 실적에 '일회성비용'으로 대거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주요 시중은행과 함께 홍콩ELS의 핵심 판매사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홍콩ELS 판매액은 총 15조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SC제일은행은 1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4일 홍콩ELS를 판매한 대표 5대 은행사의 조정사례를 발표했는데, 각 투자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2021년 1월부터 3월24일까지 판매한 사례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을 적용해 기본배상비율 20%를, 그 이후 판매한 사례에는 '적합성 원칙' 위반까지 반영해 기본배상비율 30%를 각각 반영하기로 했다. 

또 분조위는 이번에 은행별 대표 조정사례를 발표하면서 SC제일은행에 손실액의 55%를 배상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기본배상비율 30%, 가산요인 30%포인트(p), 차감요인 5%p를 종합한 계산이다. 

대표사례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ELS 투자경험이 없는 고객의 투자성향분석 내용이 객관적 상황과 다름에도 가입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왜곡된 자료를 활용해 손실위험도 오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사례와 비슷한 투자자가 많을 경우 배상액 지급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실적 감소 배경에 대해 "비이자이익의 성장, 철저한 비용 관리 및 대손충당금 전입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홍콩 H지수 ELS 상품의 배상 추정액 1329억원을 일회성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고 전했다. 

소매금융부문을 철수한 한국씨티은행도 올해 1분기 10%대의 순이익 감소를 겪었다. 한국씨티은행은 1분기 7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49억원 대비 약 13.6% 감소했다. 이는 민생금융지원 등 일회성 영업외비용 증가가 크게 작용한 까닭이다. 

다만 두 은행이 영업수익에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는 점은 긍정적이다. 

SC제일은행의 1분기 영업이익은 17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6%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0.71% 성장한 990억원을 기록했는데, 소매금융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의 판매수수료 증가가 수익에 기여했다. 이자이익은 순이자마진(NIM)의 개선에도 불구, 자산 규모의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5.61% 감소한 321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씨티은행의 총수익은 298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2623억원 대비 약 2.9% 성장했다. 비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9% 급증한 928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 수익 및 채권·외환·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다만 소매금융 철수에 따른 대출자산 감소로 이자이익은 6.4% 감소한 2059억원에 그쳤다. 
 
두 은행 모두 일회성비용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한 은행 영업에 따른 비용은 전반적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SC제일은행은 임금인상에도 불구, 철저한 관리 및 절감 노력에 힘입어 전년 동기 2306억원보다 1.1% 줄어든 2282억원을 기록했다. 

씨티은행은 일회성 영업외비용 증가로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10.6% 증가한 171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인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개선은 두 은행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다. SC제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3%로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0.16%p 상승했다. 한국씨티은행도 1.09%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약 0.28%p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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