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능력 2가지 기준…의도는 바뀔 수 있고 능력 간과해선 안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최근 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담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는 내용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2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남북관계와 국제정치에서 어떤 사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도와 능력”이라며 “북한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갖고 있는데도 그 능력을 무시한 채 북한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어 “1938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수상이 아돌프 히틀러의 말을 믿고 뮌헨협정을 체결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면서 “북한의 선의에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맡긴다면 대단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북한정권의 의도와 군사능력을 냉철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0./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정부가 3D(억제·단념·대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첫 번째 억제(Deterrence)는 북한의 의도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발간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나눈 대화와 관련해 김정은이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미국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미북 회담이 실패한 것은 그 과정을 볼 때 북한의 소극적인 협상 자세 때문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나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고위관리들도 그런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7일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2024.5.18./사진=뉴스1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 실패를 동맹국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동서해안으로 탈북한 두 가족 가운데 이런 증언이 나왔다. ‘만약 지금도 한국에 문재인정부가 있다면 자신들은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2019년 1월 문재인정부가 탈북민 두 사람을 북으로 강제추방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북한주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해진다”면서 “(반면) 윤석열정부는 탈북민 전원 수용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고, 탈북민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김 장관의 ‘의도와 능력’ 발언과 관련해 “미국 CIA가 공개한 정세평가 문서에 의도(Intention)와 능력(Capability)에 대한 분석이 있다. 의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능력은 간과하고 의도만 갖고 국가안보정책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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