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탄핵론' 부른 채상병특검법 여야 기싸움, 왜
2024-05-21 17:29:02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거부권 vs 재의결 여야 강경 대치 속 기싸움 본격 시작
특검법에 대통령 수사대상 가능성 열어둬 '거부권 불가피'
총선 압승한 야당, 국정기조 변화 요구 압박에 탄핵론까지
특검법에 대통령 수사대상 가능성 열어둬 '거부권 불가피'
총선 압승한 야당, 국정기조 변화 요구 압박에 탄핵론까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지 42일만인 5월 21일 '거부권 정국'이 시작됐다. 여야 기싸움이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고,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까지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시작됐다. 취임 후 10번째다.
채상병특검법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대상 가능성을 열어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있지만, 총선을 압승한 야당이 정부의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요구 압박하면서 결국 '강 대 강' 대결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12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올해 1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법)과 이태원특별법까지 총 9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노태우 정부(7번)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정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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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24.4.29 /사진=대통령실 제공 |
우선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여소야대 구도가 4년 더 이어지는 등 국회 권력의 추가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수세에 몰리고 민주당이 공세를 가하는 구조가 더 굳어진 셈이다.
실제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헌법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행정부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히려 재의요구를 안 하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본다"며 "대통령은 헌법수호라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외압 부분에는 수사당국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될 부분"이라고 전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합의도 없는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상 방어권을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묶어서 보면, 윤 대통령과 여당의 수세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읽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공수처 수사가 끝나고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먼저 특검을 제안하겠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민심에 부응하는 국정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 속에서,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한 또다른 본질이 숨겨져 있다.
바로 여권 내에서 불거진 '탈당설'을 불식시키고, 야당발 '탄핵론'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내가 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정국을 잘 헤쳐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들에게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서 책임감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책임을 다해달라"며 "재의요구권과 예산 편성권 등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 있는데, 당이 민심을 살펴 건의하면 이를 반영하고 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협치 메시지는 퇴색했고, '셀프 면죄부' 비판을 이어가며 '대통령 탄핵론'까지 거론하는 야당은 정부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가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국회를 야당이 장악했다는 현실과 마주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거부권 행사를 통해,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대항해야 한다는 명분을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