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2005년 발의 이래 10년째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과 관련, “여야간 이견이 많이 좁혀졌다”며 새누리당 측에 “당장 오늘이라도 타결할 수 있는 차이"라면서도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조건으로 요구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에서 대부분 타결하고 몇가지 쟁점은 당 지도부에 넘겼다"며 이같이 밝힌 뒤 "인권은 이념이나 체제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따라서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며 북한 인권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도 "북한 인권 활동을 명분으로 대북전단을 북한에 살포하는 등 북한을 공공연히 자극하고 남북관계 를 악화시키는 행동은 북한 인권 향상에 보탬이 안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남북관계 지속을 위해 전단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내용으로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 촉구한다"고 밝혀 여당 측에 사실상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법안 통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같은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최근 북한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NANK)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NANK 대표를 맡은 인지연 변호사는 문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중지 요구에 대해 “대북심리전을 마비시키려는 북측 입장을 대변하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인 변호사는 “북한인권법 제정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말하고 전형적인 ‘인권은 보편적 가치’라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 금지하면 법을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대북심리전을 마비시키려는 북측 입장을 대변하는 격이다. 문 대표의 안중에는 북한주민의 ‘정보 인권’도 없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인 변호사는 또 “(야당이) 북한인권법 제정 불발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려는 시도로 보인다”면서 “북한인권법의 파괴력을 야당은 알고 있고 여당은 잘 모르는게 수년째 법안이 제정되지 않는 원인이자 비극"이라고 정치권을 힐난하기도 했다.

NANK는 정기국회가 열린 지난 1일부터 올해 12월9일까지 100일간의 회기 동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관련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최근 북한인권법안에 ▲대북 인도적 지원 내용 포함 ▲통일부 내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설치 ▲북한인권재단 설립 명시 등 핵심 쟁점 중 일부 내용에 합의하는 진전을 이뤘으나 대북전단살포금지와 같은 미타결 쟁점은 양당 지도부간 협의로 넘기기로 한 상황이다.

북한인권재단은 정부 출연금을 이용해 ▲북한인권 실태 조사·연구 ▲통일부 장관 지정 인권증진 사업 및 정책 대안 개발 ▲관련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지원 사업을 벌이게 된다. 2005년 법안 발의 이래 새민련은 인권재단 설립이 대북전단 살포 등을 하는 민간단체를 정부가 지원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최근 외통위 간사 간 논의에서 이를 빼기로 합의했다.